하늘 끝 마천루 정수리에
밧줄을 꽁꽁 묶었다
동아줄 토해내며 낙하하는 몸으로
건물의 창을 닦으며 절벽으로 내려간다
빌딩들 눈부시게 플래시를 터트려도
허공길 유리블록 사뿐히 밟으면서
수족관 물고기처럼
살랑살랑 물호수를 흔들며 헤엄친다
뙤약볕 빨아먹은 유리성이 열을 뿜고
빌딩허리를 돌아온 왜바람이
목숨줄을 무섭게 흔들지만
구슬땀을 흘리며 내려간다
아이스링크에 정빙기같이
생채기를 지운다
유리벽에 갇힌 사람들에게
푸른 하늘도 열어주고
유리창에 비치는 현수막의 사연도
살포시 보듬어 닦는다
의지할 곳도 없는 허공에서
작업복 물에 젖어 파스내음 진동하고
피로가 줄끝에서 경적처럼 돋아나지만
또다시 하늘에 밧줄을 묶는다
땀 흘린 줄길이만큼 도시는 맑아지고
유리벽에 그려진 풍경화도 / 끼끗해지니까





<감상> 시인은 빌딩 청소부를 거미로 비유하여 시를 전개하고 있다. 동아줄을 토해내는 청소부의 모습은 고되지만, 경쾌하게 묘사하고 있다. 물호수를 흔드는 물고기처럼 헤엄치면서, 왜바람(방향없이 이리저리 마구 부는 바람)이 불어와도 유리블록을 밝으면서 내려간다. 지느러미처럼 방향키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유리벽을 정빙기같이 깨끗하게 청소해 주니 푸른 하늘이 열리고, 현수막 사연도 보듬어진다. 줄길이만큼 온 도시가 맑아지고, 유리벽에 그려진 풍경화도 끼끗해집니다. 빌딩 안에 있는 사람이나 밖에 매달린 노동자나 끼끗하게(쌍기역 두 개처럼) 하나 되고, 활기찬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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