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발생한 포항 지진이 지역발전소가 땅속으로 쏘아 넣은 대량의 물 때문에 촉발됐다는 정부 조사결과가 나오자 여권(與圈)은 과거 보수정권 탓이라며 책임 회피성 입장을 밝혔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당 회의에서 “포항 지진의 문제가 된 지열발전 사업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부터 시작됐는데 사업과정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여론 호도다.

정부의 지열발전 정책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부터 시작됐다. 이후 보수 정권에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 지진 위험조사가 실시 됐지만 물 쏘아 넣기가 계속됐다. 여권의 전 정부 때리기는 정부 여당이 사태 수습보다 남 탓을 하는데 더 열을 올리는 것으로 비친다. 정부 여당은 각종 문제가 터질 때 마다 지난 보수정권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포항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정부 여당과 정치권은 천문학적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 지진 피해 구제 특별법 제정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포항지역에는 40여 개의 지진 대응 단체가 난립하는 등 벌써 시민의 분열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포항 지진이 인공 지진이라는 것이 확인된 이후 이미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시민단체가 범시민대책기구를 관변단체 중심의 어용이라 비판하는 등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또 수조 원에 이른 다는 추정 보상 금액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시민소송에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 지 등에 대해 시청에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커피숍이나 미장원 등 포항의 시민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서든 지진 피해 보상에 어떻게 참여하는 지에 대한 얘기들이 빠지지 않을 정도다. 혈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난 23일에는 박명재·김정재 국회의원,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해 시민 경제, 정당, 종교, 청년단체 등 각계각층 인사가 ‘포항 11·15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날 위원회에는 지진 이후 지역발전중단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활동을 해 온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참여하지 않았다. 지진 배상을 놓고 헤게모니 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간 자칫 민심이 갈기갈기 찢길 살벌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피해를 입은 아파트 마다 별도의 소송단이 꾸려지는가 하면 청와대 국민청원, 특별법 제정 국민서명운동, 청와대 중앙부처 국회 방문 등을 추진하는 등 벌집을 쑤셔놓은 듯한 상황이다. 지진 배상과 관련 난립한 단체들은 경북도와 포항시의 중재 아래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흥해 지역에 집중 됐지만 아파트 가격 폭락 등 사실상 전 시민이 피해자다. 일부 단체의 이익을 챙기는 기회가 돼서는 안 된다. 수십 개의 단체가 서로 기 싸움을 벌이는 것은 지진의 수습은 물론 포항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진 배상 소송의 창구를 단일화 하는 것이 옳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