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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한 수필가
조국 근대화를 부르짖던 내가 어린 시절, 선친은 군청에 근무하는 공무원이었다. 매달 중앙에서 발행하는 지방행정. 도청에서 발간되는 도정월보 책을 가져오면 벌로 뒤적거리며 본다. 책·신문도 보고 나면 화장지로 사용하기에 버릴 것도 없이 종이는 귀하다. 빌려보는 만화책만 보다가 심심하여 지방행정책을 보면 한자도 있어 어려워 머리가 띵하여 덮어두고 삽화만화와 지도도 그려진 한글 큰 글자 도정월보는 쉽게 손과 눈길이 간다.

도정월보 맨 뒷장에 경상북도 시군 지도 그려져 있어 어려서 가지는 못 하지만 책을 보며 이웃 도시도 알고 견문을 넓혔다. 서울특별시, 부산직할시. 대구는 인구 80만 명의 경상북도 관할 제일 큰 도시로 도청소재지다. 직할시 승격을 눈앞에 둔 공룡 대구를 품은 경상북도가 전국에서 인구도 많고 면적도 큰 웅도라는 이야기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6·25 전쟁 폐허를 운동화 끈을 당겨 매고 재건 복을 입고 새마을 운동의 전신인 국가 재건운동이 한창 이었다. 휴전 10년도 안 되어 툭하면 내 고향 상주 중동 사격장에 사격 연습하는 전투기 굉음. 시도 때도 없이 전쟁 난다고 하며 연례행사로 가뭄과 수해까지 보태어 정말 진절머리났다. 전쟁 나면 남쪽으로 내려가고 재방 터지면 산에 올라가야 산다며 피난 보따리를 만지작거리던 불안과 공포에 겁먹은 유년시절. 도정월보에 실린 대구시가지 약도에 대구역 앞을 지나는 태평로가 눈에 확 들어온다.

‘태펑로’ 태평의 국태민안(國泰民安)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한 세상이다. 구간이 어디까지며 가보도 못한 태평로 불안하면 막연히 생각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며 안정되고 편안한 정겨운 대구 태평로 사모하는 마음 평생 잊혀 지지 않는다. 도청소재지가 대구는 큰 도시라고 동그라미 원 3개에 가운데 점찍고, 포항, 경주, 김천은 시청소재지라고 동그란 원 2개에 중앙에 점 표시를 하고 상주, 안동, 영주, 영천, 경산은 동그라미 2개로 중앙에 점 없는 군청소재지 읍 표시다. 경부선, 중앙선, 경북선, 동해 남부선 철도와 국도표시로 뒷장에 경북 시군지도로 면을 꽉 채운다.

초등학교 전신 국민학교 입학 전이지만 엄한 아버지께 한글과 덧셈, 뺄셈, 곱셈 구구단까지도 진땀 흘리고 콧물 들어 마시며 배웠다. 학교 가면 공부에 재미 붙이라고 신문도 월간잡지도 보면서 아버지 앞에서 큰소리로 읽고 틀리면 종아리 걷어 올리고. 안 틀리면 밥도 먹고 퇴근 후 찐빵 사 오면 동생들과 서로 많이 먹으려고 감추고 싸움도 했다. 태평로 덕분에 도정월보 나에게는 인기 짱이다.

전국 도시 시가지 보니 중앙로가 제일 많다. 내가 사는 대구도 대구역-반월당-영대병원 네거리 구간이 도로확장으로 중앙대로로 변경되었다. 상주, 문경, 안동, 영주도 중심가 중앙로다. 경주는 물론 광역시를 꿈꾸는 포항에는 두 곳이다. 남구 북구 다 있다. 국태민안의 혈기 태평로 서울 중구 태평로 스타트로 성남, 대전, 전주, 대구 태평로 찍고, 제주도 서귀포시 태평로까지 연결되어 있다. 작고 강한 대한민국 태평로 ‘태평’의 기운을 받아 무궁 무진장 발전하고 전쟁 없는 태평세월 영원토록 누리기를 소망한다.

대한민국 호국 보수의 심장 대구. 대구역 앞 대구의 동맥 태평로는 사람, 차량, KTX, 지하철이 365일 24시간 사랑과 평화의 혈류가 넘쳐흐른다. 대구광역시 중구 태평로 국태민안 가화만사성으로 엄지 척! 태평로찬가 만들어 전국 방방곡곡에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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