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지가 툭 터지자
서른여덟 개 방울토마토가 한꺼번에 쏟아져
지하계단으로 굴러갑니다

엄마,
나도 추락하고 싶은 데
우린 왜 맨날 반 지하에 살아요

너도 낯가림이 심하구나

누군가 발로 뻥 찬
최저생계비처럼 찌그러진 콜라 캔 하나가
사납게 짖으며
지하 계단으로 달려옵니다.

* 제노비스 신드롬 : 방관자 효과




<감상> 시 속의 나는 추락하고 싶어도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는 반 지하에 산다. 방울토마토는 굴러가지만 나는 더 이상 굴러갈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엄마에게 우린 맨날 반 지하에 사느냐고 물으니, 너도 낯가림이 심하다고 말한다. 세상 사람들의 반 지하에 사는 사람에 대한 무관심과 냉대 때문에 낯가림이 심할 수밖에 없다. 가진 자는 더 많이 가지려고 착취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데 주저하므로 ‘방관자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누군가 무심코 발로 찬 캔 하나가 바로 최저생계비조차 받지 못하는 극빈자가 아닌가.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