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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2019년 3월 19일 일본 오사카에서 기차로 30분 거리인 ‘효고현 아트센터’와 ‘시가현 비와코홀’을 방문하였다. 일본은 오페라 전용 극장은 없지만 오페라 공연이 가능한 중소극장이 3000개 가까이나 되어 공연장 분포 면에서는 가히 공연 문화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통 예술에 국비 지원이 집중되면서 클래식 전문 예술가들의 숫자가 많이 줄었고 성악가들의 역량도 현저하게 낮아지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2005년경 만들어진 ‘효고현 아트센터’는 2000석 규모의 대극장, 700석 규모의 중극장, 300석 규모의 소극장 등 세 개의 극장과 부대시설이 도심 중앙의 작은 부지에 효과적으로 배치되어 일본 특유의 합리적 공간 활용을 엿볼 수 있는 곳이었다. 특히 극장마다 객석의 어느 자리에도 무대가 잘 보이는 각도를 유지하며 소리가 최대한 잘 들릴 수 있게 설계되어있었다. ‘이 극장을 만들기 전 1/10 크기의 모형 극장을 만들어 모든 것을 실험한 후 공사를 하였다’는 말에 미세한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그들의 정밀함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이 극장에서 한해 300개 이상의 공연이 이루어지는데 대부분이 만석이고 객석 점유율이 97% 가까이 나온다는 말에 많은 질문을 쏟아내었다. 이들은 최소 7개월 전에 적극적인 공연 홍보와 마케팅을 실시하여 5개월 전에 티켓이 소진되는 공연이 많다고 하였으며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매년 오디션을 통해 상주 단체인 오케스트라를 27세 이하의 젊은 연주자들로 새롭게 구성한다는 것이었다. 연주자들에게는 매월 한화로 300만원 정도가 지급되며 이들이 세계적인 연주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데, 한국의 연주자 세 명도 이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시가현 비와코홀’은 동경의 신국립극장이 지어질 무렵인 1998년에 같은 규모로 함께 지어진 유서 깊은 극장이다. 2000석 규모의 대극장, 800석 규모의 중극장, 200석 규모의 소극장 등 세 개의 극장이 일본 전통을 간직한 도시 교토로 가는 길목의 ‘비와호’라는 아름다운 호숫가에 위치해 있다. 이 극장은 효고현 아트센터와 비교한다면 공연 기획이나 마케팅 부분에서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방문한 날에는 로비 콘서트가 진행 중이었는데 큰 창 뒤로 비와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피아노 콘서트는 한편의 뮤직 비디오를 연상시킬 만큼 아름답고 화려했다. 다음날 2시에 있었던 일본 전통극 가부키와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편곡하여 만든 음악극은 새로운 시도의 오페라여서 오페라를 다양하게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자연환경을 잘 활용하여 만든 공연장과 이색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억에 남는 공연장이었다.

이번 일본 출장에서 도심의 ‘효고현 아트센터’와 유서 깊은 ‘시가현 비와코홀’ 두 공연장을 보면서 우리 지역 대구오페라하우스에 적용시킬 방안에 대해 고심하였다. 대한민국 극장과 일본 극장의 가장 큰 차이는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이다 보니 공연 시간이 낮 2~3시에 이루어진다는 점이었다. 관객 중심에서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접근하고 그 지역의 자연환경을 적극 활용하며 문화예술의 미래를 고민하는 일본 공연장의 운영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만의 기획과 마케팅 전략을 새로이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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