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없이 상대를 대하면 어떤 일에든 그를 찾게 돼, 이게 진정한 마당발 아닌가

김인규 수필가

인간들의 세상에서는 혼자 살아 갈 수가 없다. 문명한 사회일수록 더불어 공동체가 필수가 된다. 가끔 신문지상에서 방치된 죽음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이들 모두가 외톨이 고독사를 한 사람들이다.

핵가족화 시대에 형제라는 의미도 퇴색되고, 저출산으로 집안이라는 울타리도 허물어져 간다. 세상을 살다보면 거미줄처럼 얼키고 설킨 인과관계가 연결고리를 가지게 된다. 혈연 지연 학연 종교연 등 몇 다리만 걸치면 이해관계가 성립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정치지망생이 되어 고향에 돌아오면 잊혀진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해 노심초사 하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많은 봉사단체에 만만찮은 경비를 지출하면서도 소속감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많아 마당발을 꿈꾸는 이들이 존재함을 실감한다. 우리는 발채가 넓고 대인관계가 원만한 사람을 마당발이라고 칭한다.

마당발에도 몇 가지 유형이 있다. 보신 주의적 마당발은 자신의 입신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상대의 가치 기준에 따라 눈높이를 조종하는 계산된 처신으로 인간미가 없다. 정치적 성향을 가진 이들에게 이런 부류가 많아 가식적 허구로 무장되어 정체성이 없게 된다. 각박한 세상의 도래로 진정한 열린 마당발이 사라져 가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이 시대의 마지막 마당발 이였든 친구 K를 유추하면서 사람의 가치를 생각해 본다.

썰렁하든 모임 장소에 그가 등장하면 금방 화기애애해진다. 항상 배려하는 큰 틀에서 상대를 바라보는 온화함에서 그의 가치는 빛난다. 편견이 없는 편안함 때문에 그를 따르는 이들이 많았다. 어떤 길사나 흉사에서도 제일 기다려지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해 그의 등장이 필요한 이에게 힘이 된다.

한때 친분 때문에 넘치는 객기가 발동해 철야 고스톱에 몰입해도 그로 인한 사단은 없었다. 사람은 가도 세월은 남는 것 그와 함께한 아름다운 흔적에 그의 사람 됨됨이가 재조명된다. 개인적인 걱정거리가 생기면 먼저 그를 찾게 되고 그는 모든 이에게 자기 일처럼 성실히 숙제를 풀어 내려고 최선의 노력을 해준다. 세상의 불의에 단호한 그는 원칙주의자다. 모든 사회적 모임 단체에서 그를 영입하려는 이유가 그의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하기 때문이였다.

궁색한 이웃에게는 소리 없는 배려로 경제적인 도움을 주었으면 그가 출입하는 유흥업소에는 1급 손님으로 대접 받는 착한 매너의 소유자였다. 불행하게도 하늘이 그에게 큰 병을 내려 고통의 시간에도 약해진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문병사절을 고수했으며 학연이 없는 객지인 이 곳 빈소에 문상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을 지켜보면서 진정한 마당발 가치를 가름했다.

그를 잃은 나는 많은 것을 잃은 상실감에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그는 내가 맞이할 수 있었든 이 시대 마지막 마당발로 인정하면서 다시 한 번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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