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소신을 위하여 자신을 던질 줄 아는 올곧은 사람이 필요하다

김기포 기계중앙교회목사

최근 영화 변호인은 입소문을 타고 천만 관객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영화를 제작할 당시 뚜렷한 제작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고 또한 이런 영화가 흥행할 수 있을까 하는 부정적인 시각이 컸지만 지금은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변호인이란 형사 소송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의 변호를 담당하기 위하여 특별히 선임된 사람을 일컫는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피의자는 누구나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영화 변호인의 시대적인 배경은 1980년대 초 부산이다. 그 당시 정치적으로 암울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고 군사독재권력이 득세하던 시절 힘없는 민초들은 군화발로 짓밟히고 대학생들은 지하실로 끌려가 고문을 당하는 시절이다. 우리는 민주화의 봄이 오기 전에 모진 비바람과 고난 앞에서 굴욕을 당했던 저 80년대의 절규와 몸부림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의 민주화는 80년대 모진 고문과 희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배경도 없고, 돈도 없고,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는 평범한 변호사다. 그는 부동산 등기부터 세금 자문까지 남들이 뭐라든 탁월한 사업수완으로 승승장구하며 부산에서 제일 잘나가고 돈 잘 버는 변호사로 이름을 날린다. 10대 건설 기업의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으며 전국구 변호사 데뷔를 코앞에 둔 송변호사다. 하지만 우연히 7년 전 밥값 신세를 지며 정을 쌓은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국밥집 아줌마 순애(김영애)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구치소 면회만이라도 도와주겠다고 나선 송변호사, 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진우의 믿지 못할 모습에 충격을 받은 송변은 모두가 현실을 도피하고 회피하기 바빴던 사건의 변호를 맡기로 결심하게 된다.

특히 영화속 송우석 변호사가 보여주는 자기희생과 불의에 대한 항거는 안일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울림이 된다. 영화 속 주인공 송강호(송변)는 현실에 안주하면서 편안하게 변호사 생활을 할수 있었다. 그러나 송변은 인권이 무시되고 사회적인 약자의 신음 소리를 듣고 남들이 변호하기를 싫어하는 시국사범을 위해 자신을 던진다. 그렇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바로 국민이다" 관객들은 여기서 호흡을 멈춘다. 약자를 위한 변호, 그것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처럼 무모하게 보이지만 그 말 속에는 비겁하지 않고 불의한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찐한 감동과 뭉클함, 그리고 마음속에 응어리 진 그 무엇을 깨트려주는 통쾌함이 있다. 변호인은 한 인간이 변화되면 주변도 변화된다는 사실, 그리고 시대와 환경은 그 시대를 주도하는 작은 영웅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다.

우리 시대는 비굴하지 않고 저마다의 소신을 가지고 그 소신을 위해 자신을 던질 줄 아는 올 곧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투쟁과 희생과 고난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피를 부르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정의를 질식시키고 진실을 감추려는 거짓과 비겁함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왠지 가슴 한쪽이 시렵다. 우리 자녀들에게는 더 이상 이런 아픔과 고통은 물려주지 않아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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