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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닫힌 그의 마음을 열어줄 열쇠는 어디에 있을까.

데이비드 고든 그린 감독의 영화 '맹글혼'은 이야기의 주요 뼈대를 보면 단순하지만 그 내용이 상징하는 바를 곱씹어보면 간단치 않은 영화다.

맹글혼(알 파치노)은 세상과 담을 쌓고 고양이 '패니'와 함께 고독하게 사는 열쇠 수리공이다. 하나뿐인 아들 제이콥(크리스 메시나)과도 데면데면하다. 만남이 곧 다툼으로 이어진다.

그나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는 손녀딸 카일(스카일러 개스퍼)과 그가 매주 찾는 단골 은행의 직원 던(홀리 헌터)이다.

맹글혼이 처음부터 그런 인물은 아니었다. 카일의 보모, 맹글혼이 코치로 지도했던 야구팀의 팀원이었던 게리(하모니 코린), 아들 제이콥이 전하는 에피소드에 따르면 맹글혼은 기적 같은 일을 행했던 인물이다.

예컨대 로데오 경기장에서 황소가 난입해 난동을 피웠을 때 그 성난 황소를 제압한 이가 맹글혼이었다.

그가 한 일은 단순했다. 손뼉을 두번 치고서는 일어나 황소에 다가가 손을 내민 게 전부. 황소는 그의 손 위에 자신의 큰 발을 올려놓았고 맹글혼은 황소 발에 박힌 못을 뽑았다. 열쇠로 자물쇠를 손쉽게 열듯 그는 난제를 척척 해결하는 인물이었다.

그가 자신의 세계로 침잠해 스스로를 가둔 것은 떠나간 옛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나 많이 쌓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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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매일같이 자신에게 '완벽했던 여인' 클라라에게 편지를 쓴다. 하지만 답신은 없다. 돌아오는 것은 반송된 편지일 뿐.

그는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에서 말한다. "사방에 사람이지만 아무도 나한테 의미가 없어." "내일은 늘 찾아오지만 난 내일에 대한 희망도 없어." "세상은 너무 변했고, 난 너무 오래 살았어. 당신 없인 아무 의미가 없는 걸."

클라라가 왜 그를 떠났는지를 암시하는 내용은 영화 후반부에 나온다.

맹글혼은 은행 직원 던과 데이트를 하며 차츰 마음의 문을 연다. 자신의 분신과 같은 고양이 패니가 열쇠를 삼킨 탓에 수술을 받고자 입원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일주일간 혼자 남게 되자 맹글혼은 던에게 팬케이크파티에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열쇠를 삼킨 고양이, 그 고양이의 개복(開腹) 수술, '새벽'(Dawn)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과의 데이트가 지닌 의미를 고민해보면 맹글혼의 심리 변화를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열어주는 진짜 열쇠는 무엇일까.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 해답이 나온다.

이 영화의 전체 제목은 '맹글혼 열쇠점'(manglehorn lock and key)다.

감독이 알 파치노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혔듯 이 영화는 '알 파치노의 영화'다. 그의 노련한 연기가 그립다면 볼만한 영화다.

주인공의 심리를 표현하고자 중간 중간 초현실적으로 편집한 부분은 작은 흠. 극의 흐름상 돌출된다는 느낌이 든다.

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97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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