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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성일 행정사회부 부국장
폭염의 거리엔 햇볕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뜨겁다 못해 타는 듯하다. 오가는 사람들은 더위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인간을 지치게 하는 더위에도 자연은 생명력이 왕성해진다. 강렬한 햇빛은 봄의 연두 빛을 진한 초록색으로 바꿔놓는다.

성하((盛夏)의 계절이다. 인간들은 피서(避暑)에 골몰하고 자연은 생의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다.자연에게 생(生)을 배워야 하는 이유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폭염 못지않게 인간을 힘들게 하는 국가정책들이 주위를 맴돌고 있다. ‘사드’와 ‘김영란법’이다. 사실 국민은 사드와 김영란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날벼락처럼 성주에 사드가 날아들었다.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주민의 의사 한마디 묻지 않은 채 중대한 문제를 정부가 혼자 결정을 하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했다.

정부는 결정하고 주민은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정부의 주장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왜 주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선비와 참외의 고장, 왕자들의 태(胎)를 묻은 생명의 고장인 성주에 인명을 살상하는 최첨단 무기가 배치될 태세다.

문제는 안전하다는 정부의 발표에 대응하기 위해 농민들이 레이더 전자파의 유해성을 입증하기 위해 전문가에 버금가는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데 있다. 마치 의료 사고를 일으킨 병원 의사에 대응하기 위해 환자와 가족들이 생전 접해 보지 못한 의료 전문지식을 공부해야 하는 고통과 다를 바 없다.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교원들의 부정부패를 일소하겠다는 김영란법이 9월 29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선물 한도 축소로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농·수·축산인들의 아우성이 연일 들려온다.

복잡하고 기준이 애매 모호한 김영란법에 대처하기 위해선 팔자에 없는 법 공부를 해야 한다. 내 자신을 법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선 스스로 법 지식을 쌓지 않으면 안된다. 법이 나를 지켜 주기보단 내가 법으로부터 침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선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감사의 표시 등 전통적인 미풍양속도 자칫하면 법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폭염으로 에어컨 가동으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 때문에 복잡한 전기요금 누진체계도 공무를 해야한다.

우리는 그동안 황우석 사태로 배아줄기세포니 생명공학을 둘러싼 온갖 첨단정보를 마스터 해야 했다.

또 광우병에서 특정 위험물질 등 온갖 가축 산업으로부터 육식의 정체를 배우게 했고, 세월호에는 해양학과 조류학, 해경 안전 등등을 알아야 했다.

특히 정치자금의 오묘한 변신을 통해 재벌과 권력자들의 무한 권력을 이해하게 됐고 단일교과서 논쟁에서 상고사나 근·현대사에 두루 통달해야 했다.

이뿐만 아니다. 스마트폰 등 각종 IT 첨단기기에 익숙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음은 물론 유명 화백들의 그림 위작, 대작이 관행이라는 미술사의 흐름도 공부를 해야 한다. 소송에 휘말린 유명 지휘자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 심오한 예술세계의 경지도 통달해야 한다.

각종 금융부정과 전관범죄를 통해 법조계의 숨은 비밀로 유전무죄의 전모를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마침내 사드 도입으로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는 동북아 국제정치는 물론이고 전자파까지 마스터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처럼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각자가 다방면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 다방면에 유식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대한민국이다.

이제 또 더 무얼 공부해야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긴장된다.

곽성일 행정사회부 부국장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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