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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한 수필가
사람의 시작은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서 품속에서 자라고, 학교 다니고, 군대 가며 취직을 한다. 또 결혼하면 아기를 갖는 부모세대와 같이 되풀이되는 삶을 따라 하며 세월에 떠밀려 흘러가는 것이 세상 이치다.

각박한 삶을 살다가 지치면 ‘사람은 태어나서 무엇 때문에 사는가’에 의문이 간다. ‘먹기 위해서 사는가’·‘ 살기 위해서 먹는가’는 ‘닭이 먼저냐 ’·‘ 달걀이 먼저냐’ 와 같이 논란이 뜨겁다. 총성 없는 직업전선에 가보면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며 비좁은 일자리에 발을 담그고 아등바등한 삶을 산다. 큰 틀로 보면 사람의 끝은 사망이니 자연의 순리대로 ‘죽기 위해서 사는’ 인생의 종말로 마무리되니 허무하며 인생무상을 느낀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는 길어야 1백 년 갓 넘는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이지만 ‘사는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하고 살았느냐?’ 로 사람의 인품과 행적을 따지고 평가한다. 삶의 가치 판단은 자신도 하지만 대부분 남이 하기에 처신에 부담을 준다.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면서 오복을 가졌다고 여길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오복이란 장수 복 ‘수’ 재물 복 ‘부’ 건강 복 ‘강령’ 덕을 쌓아 존경받는 복 ‘유호덕’ 곱게 죽는 복 ‘고종명’을 말한다. 직언하면 탈 없이 오랫동안 누리고 베풀며 평화로운 임종이 오복을 두루 갖춘 삶이라고 모두가 부러워하며 바라고 있다. 오복 중에 일생을 마무리하는 고종명은 생과 사에 갈림길에서 세상과 하직하는 복으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날씨와 계절의 운도 따라 이뤄지기에 힘들며 두렵다는 것이다.

풍요해지는 세상에 첨단과학과 의술의 발달로 수명이 연장되어 지금은 백세시대다. 대구만 하더라도 당장 신천에 산책을 나가거나 반월당 지하 광장에만 가도 노인 천국이다.

명절에 인사하러 가보면 집집이 노인 부양문제로 자녀들이 골머리가 아프다. 여든이 넘으면 5명 중 1명은 치매나 질병으로 바깥출입이 안 되니 큰 문제다. 거동을 못 하거나 치매가 심하면 같이 살던지, 모시고 가던지, 병원이나 요양원에 장기 체류하는 방법으로 심신의 고달픔과 경제적인 이중부담을 자녀세대가 해결하여야 할 고통의 짐이 되는 현실이다.

간혹 보면 연로하여 병고에 시달리며 오락가락하는 부모를 옆에서 지켜보는 자녀세대는 딱하다. 아직 국가에서 복지혜택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시스템 수준이 안 되어 있기에 안타깝다. 본인이 능력이 안 되면 자녀의 몫이다.

노후가 되면 누구나 겪어야 할 인생 마감 준비를 생전에 해 두어야 할 새로운 숙제 거리가 생겼다. 언젠가는 한번 치를 세상과 하직하는 임종을 주위 사람에게 괴로움을 주지 않고 본인도 고통받지 않고 선종하는 고종명을 바라는 마음 모두가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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