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은 발사하는 등 위중한 안보위기 상황에서도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으로 여야 대치만 계속하고 있다. 이러다간 설마 하던 헌정 사상 초유의 추경안 국회 통과 무산 사태가 현실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회로 넘어온 추경안 처리가 이달을 넘기면 폐기 운명에 처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거제 구미 등 지방 주요 도시 경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추석 전 집행’을 해야 경기부양 효과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일부 의원들이 추경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지역구 예산 끼워넣기 행태를 반복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기가 막히다. 지방의 경기 침체의 심각성을 모르는 수도권에 사는 정당 수뇌부들이 낙후된 비수도권 경제를 헤아릴 줄 모르는 것은 여간 유감스러운 일이 아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총 11조 원 규모의 이번 추경이 올 3분기에 모두 집행될 경우 올해와 내년 각각 최고 2만7천 명과 4만6천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추경안이 무산된다면 결국 최대 7만3천 개의 일자리와 0.318%포인트의 성장률 상승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다. 올해 추경이 구조조정과 일자리 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골든타임 내 처리는 더욱 시급하다. 조선업계에서만 올해 실업자 5만 명이 발생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추경은 본예산과 달리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정부의 거듭된 호소에도 국회에선 아직 기류 변화가 없어 보인다. 수출 등 대외여건 악화와 소비ㆍ투자 부진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은 수도권이 아니라 경상도 전라도권의 남부의 비수도권이다. 이들 지역을 최대한 지원하는 것이 국회의 임무다.

여야는 추경안 처리의 걸림돌이 되는 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와 관련해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증인 채택 문제에 대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이 문제로 추경안이 무산되거나 타이밍을 놓친다면 잃을 수 있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너무 크다. 누가 옳고, 무엇이 바람직한 문제인지를 떠나, 지금은 국민과 민생을 위한 성숙한 판단과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여야 지도부가 아무런 정치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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