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남편 치료비 막막…다문화가족지원센터 도움에 희망의 끈 붙잡아

화상 치료 중 숨진 남편 치료비로 어려움을 겪던 아그네스씨(오른쪽 두번째)가 포항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안정을 찾았다 김재원 기자 jwkim@kyongbuk.com

“선생님들 덕분에 마음 편히 웃을 수 있게 됐어요.”

화상 치료 중 숨진 남편 치료비로 어려움을 겪던 한 결혼이민여성이 포항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도움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됐다.

지난 1999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온 아그네스 엘갈라르도(41·여)씨는 최근 삶의 의지를 잃었다.

지난 6월 말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던 남편이 분신 시도 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지면서 살아갈 일이 캄캄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편이 죽으면서 기초수급대상에 제외돼 외국인 신분인 아그네스씨가 원어민 보조강사를 하면서 얻는 90만 원의 수입원으로 중학생인 아들과 함께 살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동안 거주하고 있던 보금자리마저 기초생활수급 자격 박탈로 내주고 이사해야 되는 상황이 되면서 아그네스씨는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병원비를 갚을 방법이 없어 고민하던 아그네스씨가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포항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아그네스씨의 딱한 사정을 들은 센터 직원 동지선씨와 김도희씨는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포항시청 희망복지지원단에서 긴급의료비로 600만 원을 지급한 것을 비롯해 포항종합사회복지관에 연계하여 300만 원과 베스티안화상후원재단에 추천서를 제출해 500만 원을 지원받게 됐다.

하지만 나머지 1천500만 원의 병원비를 해결하지 못해 아그네스씨는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병원비를 갚을 길이 없어 파산을 고려한다는 소식을 들은 포항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동지선씨는 베스티안화상후원재단에 힘든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베스티안화상후원재단에서는 추가 의료비 1천500만 원을 지원하게 되었고, 그동안 아그네스씨를 힘들게 했던 병원비 문제가 해결됐다.

담당 직원들은 포항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윤은하 팀장의 “물질적인 도움도 중요하지만 심리적인 지지가 더 중요하다”는 말에 따라 병원비는 물론 상속, 장례 등 동행지원뿐만 아니라 심리상담을 통해 아그네스씨가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도왔다.

아그네스씨는 “선생님들이 비가 많이 오는 날에도 대구에 남편이 입원해있는 병원 중환자실에도 직접 찾아와주고 제가 연락하면 24시간 함께 해줬다. 너무 힘들어서 삶을 포기하려고 할 때도 다문화센터에서 제 손을 꼭 붙잡아 주고 용기를 주셨다”면서 “앞으로 저는 감사함을 잊지 않고 다문화 친구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고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겠다”고 했다.

남편의 사망과 함께 기초생활수급 자격이 박탈된 아그네스씨는 현재 살고 있는 LH(주택공사)의 보증금 397만 원에 월 11만 원짜리 임대아파트에서 이사를 해야 할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