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이 열렸다. 그해 4월 4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한 모텔에서 흑인 지도자 마틴 루터킹 목사가 백인 과격분자의 총탄에 쓰러졌다. 올림픽에 참가해 육상 200m에서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미국의 토미 스미스와 동메달 리스트 존 카를로스가 시상대에 올랐다.

성조기가 올라가고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순간 이들은 고개를 떨군 채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하늘로 치켜 올렸다. 당시 미국 내 극심했던 흑인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블랙 파워 살루트(Black Power salute)’ 침묵 시위였다. 이날 같이 시상대에 오른 은메달 수상자 백인 호주 선수 피터 노먼 또한 가슴에 다른 두 선수와 똑같이 ‘OPHR(Olympic Project for Human Rights) ’ 배지를 달아 이들과 뜻을 같이했다.

하지만 이들의 영웅적 행동에 대한 대가는 가혹했다. 올림픽위원회는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의 행위가 정치적이었으며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며 이들의 메달을 취소하고 선수자격까지 박탈했다. 피터 노먼 또한 호주로 돌아가서도 조롱받고 4년 후 뮌헨 올림픽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 21일 리우올림픽 마라톤에 참가해 2위로 골인한 에디오피아의 페이사 릴레사는 은메달보다 그의 목숨을 건 세리머니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릴레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출발해 해변도로를 돌아 다시 경기장으로 골인하는 남자 마라톤에서 2시간 9분54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두 팔을 엇갈리게 해서 ‘X’자 를 그렸다. 시상대에서도 릴레사는 다시 한 번 똑같은 행동을 취했다.

경기 후 릴레사는 “에티오피아 정부는 우리 국민을 죽이고 있다. 나는 오로미아인들의 평화적 시위를 지지한다”라며 ‘X’의 의미를 설명했다. 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에서 정치, 종교, 상업적 메시지 전달을 금하고 있어서 토미 스미스처럼 메달이 박탈될 위기에 놓였다. 영국 BBC가 23일 릴레사 돕기 크라우드펀딩을 개설, 4만 달러(약 4천500만 원)가 모였다고 보도하는 등 그를 돕기 위한 국제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리우올림픽의 대표적 명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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