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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상주시 화북면 중벌 2리의 오미자 농장에서 정화순씨가 폭염과 가뭄으로 열매가 뭉그러지고 있는 오미자를 보여주고 있다.
영양군 영양읍에서 1만7천여㎡의 고추 농사를 짓는 정을용(62)씨는 오늘도 하늘만 쳐다보면서 ‘제발 태풍이라도 좋으니 비만 내려달라’고 기도를 한다.

8월 폭염 속에 소나기가 몇 번 내리기는 했지만 지난달 6월 중순 장마 이후 비다운 비는 내리지 않아 농작물이 바짝 말라 타들어 가고 있다.

벌써 재배 면적의 10%가 말랐으며, 무더위와 가뭄으로 꽃이 피지 않거나 핀 꽃도 제대로 수정이 되지 않으면서 1차 수확 후 더는 2차 수확할 고추가 없어 사실상 올해 고추 농사는 자포자기했다.

정 씨는“ 하루가 다르게 밭작물이 타들어 가는 모습을 보면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하다”며“ 폭염과 가뭄으로 고추 생산량마저 절반가량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데다 고추값 마저 하락하면서 올해는 빚만 더 늘게 되었다”며 한숨을 짓는다.

고추와 고냉지 가을 배추를 생산하는 영양지역에서는 이번 가뭄으로 고추 267㏊, 배추 85㏊가 피해를 입었다

문광재(56 운흥 2리)씨는 “ 비가 안 와서 매일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실정”이라며 “내년에는 시가 약속한 점적관수 설치에 대한 지원을 꼭 해 줘 오미자 재배농가들이 더 이상 가뭄 걱정없이 농사를 지을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가뭄이 지속 되면서 농작물 피해가 갈수록 늘어 나고 있다.

24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도내 피해면적은 고추 474㏊, 콩 460㏊, 오미자 167㏊ 등 밭작물 피해가 총 1천483.2㏊며, 사과 243㏊, 포도 52㏊ 등 과수 피해가 361.3㏊로 잠정 집계됐다.

벼도 207㏊의 가뭄 피해가 발생했으며, 밭작물 피해율은 도내 전체 밭 면적의 1.73%로 가장 심각하다.

시·군별로는 상주시가 315㏊로 가장 심각했으며, 안동시 290㏊, 영양군 267㏊, 문경시 244㏊ 순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작물 피해가 도내에서 가뭄 피해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상주지역은 콩과 고추, 들깨 등 주로 밭작물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콩은 전체 재배면적 707㏊ 중 94㏊가, 고추는 총 345㏊ 중 60㏊가, 들깨는 총 175㏊ 중 25㏊가 가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상주시 화북면은 올 들어 총 837mm 강우가 왔으나 최근 8월 한 달 동안은 9mm 밖에 오지 않아 오미자가 가뭄으로 과육이 제대로 안 익고 말라서 떨어지는 낙과 현상이 진행되면서 전체 재배면적 168㏊ 중 무려 94.5㏊가 이 같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서면 일대는 연일 계속되는 가뭄으로 포도 열매에 있는 수분을 나무가 도로 가져가 포도알이 탄력이 없어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데다 설상가상으로 햇빛에 익는 일소현상까지 진행되면서 전체 재배면적 4천 300여㏊ 중 20~30% 가량이 피해를 입고 있다.

안동지역의 경우 이달 강수량이 17.6㎜에 그치는 등 최근 3개월간 누적강수량이 평년의 78.1%에 불과한 369.3㎜에 머물러 농작물 피해에 이어 녹전면 매정리 담수 마을 등 간이 상수도 3곳과 개인 관정 6곳이 고갈되면서, 운반급수 또는 관정을 보수해 식수를 해결하고 있다.

문경지역의 현재 강수량은 806,6㎜로 평년(1천18,7㎜)의 79.2%에 머물면서 다행히 4천725㏊의 논의 물 마름 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4천931㏊의 밭작물 가운데 3,4%에 해당하는 168㏊는 시들음 현상을 보이고 있다.

경북 남부 지역도 마찬가지다.

경주 지역에 6~8월 지역에 내린 비는 226.4mm로 평년대비 44.7%의 낮은 강수량을 기록하면서 지역 444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도 39.1%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저수율은 지난해 54.7% 보다도 낮은 데다 평년 76.1%의 절반 정도에 그쳐, 일부 저수지는 이미 바닥을 드러냈으며 나머지 대부분 저수지의 저수율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특히 덕동댐의 경우 농업용수뿐만 아니라 생활용수도 공급하고 있어, 다음 달 이후에도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하루 5만t에 이르는 생활용수 공급마저 차질이 우려된다.

더욱이 당장 관수가 필요한 심각한 지역도 밭의 경우 15ha에 이르며, 논은 758ha가 물 부족 상태인 것으로 조사돼, 가뭄이 장기화 될 경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구미 지역에서도 무을면 18ha를 비롯해 전체 50ha 정도 가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선산읍 생곡리에서 600여평의 밭을 경작하는 고모씨(51)는 “하천 바닥 잡풀에 불을 붙이면 탈 정도로 메말라 있다”며 “만약 밭작물에 피복작업을 하지않았다면 벌써 말라 비틀어 졌을 것 ”이라면서 “가뭄에다 폭염 현상까지 덮쳐 밭에 심어 놓은 땅콩, 참깨 수확은 50%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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