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포항 영일만 내 진갈색 적조가 광범위 형성된 모습. 포항해양경비안전서 제공
올여름 한 달 가량이나 지속된 이례적인 폭염에도 불구하고 바다에서 적조가 발생하지 않자 적조 생성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29일 오후 7시를 기해 전남 장흥~여수해역에 내려졌던 적조생물 출현주의보 및 적조 주의보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적조는 관심단계에서 mL당 개체 수가 10개 이상이면 출현주의보를, 100개 이상이면 적조 주의보를, 1천 개 이상이면 적조경보가 발령된다.

지난 16일 적조생물 출현주의보가 첫 발령된 이후 14일 만에 소멸 된 것으로 한번 출현하면 보통 한 달 남짓 계속되던 예년의 적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적조는 식물성 플랑크톤인 코클로디니움이 대량 번식하면서 바닷물의 색깔이 붉게 변하는 현상인데 코클로디니움이 내뿜는 점액질이 물고기 아가미에 달라붙어 물고기가 질식하는 문제를 일으킨다.

이 때문에 양식장을 중심으로 2013년 247억 원·2014년 74억 원·2015년 53억 원의 적조 피해가 발생했다.

경북 동해안에도 매년 적조로 인한 피해가 끊이질 않아 2013년 26억 원·2014년 8억 원·2015년 1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포항의 경우 지난해 43일간 발생한 적조로 9만4천 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하고 16만3천 마리를 긴급방류하는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올해는 고수온으로 인한 어류 폐사만 발생했을 뿐 적조로 인한 피해는 전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7월만 해도 전문가들은 여름철 적조 발생 가능성을 높게 봤다.

적조를 일으키는 코클로디니움이 처음으로 검출된 게 6월 6일로 작년보다 13일이나 빨리 시작됐고, 바다 온도도 평년보다 1~1.5도 높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보통 일조량이 많고 온도가 높을수록 적조 발생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예상대로라면 이미 지난달쯤 대규모 적조가 창궐했어야 하지만 잇따른 폭염과 고수온 소식에도 웬일인지 바다는 잠잠했다.

실제로 6~7월 초까지는 미세하지만 코클로디니움이 통영, 여수, 완도 등 남해안 일대로 퍼지는 모습이 관찰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적조가 발생하지 않자 해수부는 지난 9일 국립수산과학원에 원인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 적조 발생이 억제되는 원인은 크게 저염현상과 경쟁생물의 출현 이 두 가지로 나타났다.

저염현상은 지난 6월부터 중국을 강타한 태풍 네파탁의 영향으로 양쯔강 싼샤댐 방류량이 증가해 이때 불어난 강물이 7월 중순부터 남해안에 도착, 남해 먼바다의 염분을 낮춘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적조발생의 최적염분은 34psu(1㎏당 포항된 염류의 g)이다.

올 여름 남해안 먼 바다의 염분이 32psu로 평년의 33~35psu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돼 적조 발생에는 좋지 못한 환경이다.

특히 주로 적조는 먼바다에서 발생해 해류를 타고 퍼지는 데 저염 현상으로 연안보다 먼 바다의 염분이 낮은 현상이 계속돼 대형 적조보다는 연안에서 발생하는 소규모 적조에 그쳤다는 것.

여기에 경쟁생물도 적조발생을 억제시키는 원인으로 꼽혔다.

적조 발생 최적조건은 바다 표층온도가 25℃지만 올 여름 우리나라 평균수온이 30℃를 웃돌면서 코클로디니움의 경쟁종인 규조류와 연안성 와편모조류 생육에 유리한 환경이 됐다.

이 중 조류 플랑크톤인 규조류는 경남 앞바다의 생물 구성 중 90%를 차지할 정도로 생육이 활발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적조 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은 이 두 종보다 저염분에 약해 생존 경쟁에서 밀려 맥을 못추고 있다.

코클로디니움은 현재 전남 고흥을 중심으로 극소량(바닷물 1mL당 세포 1개 미만)만 검출돼 적조 주의보 발령 기준(바닷물 1mL당 세포 100개)에 한참 못 미친다.

해수부 관계자는 “보통 적조는 고온·고염에서 잘 자라는 데 올해는 연안의 염분이 먼바다보다 높아 연안 일부에서 한정적으로 발생 후 소멸했다”면서 “2012년에는 10월에도 적조가 발생한 적이 있는 만큼 모니터링을 통해 꾸준한 예찰활동을 펼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