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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한 변호사
민주주의의 본질은 국민자치(國民自治)이고 그것은 국민에 의한 통치(by the people)를 뜻한다. 그래서 직접민주주의가 이것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제도이다. 대중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를 원형(原形)대로 실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선거구제는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라 1등만이 국회의원이 되고 나머지 후보들의 표가 1등보다 많더라도 그 국민은 대표를 내세울 수 없는 구조여서 큰 문제가 낳고 있다. 전체 득표율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정당이 의석 과반 이상을 점유하는 일을 막지 못해 왔다. 자기들끼리 정한 규칙에 따라 선거 때에 투표만 할(또는 하지 않을) 자유만 주고서는 선거 이후에는 국민을 오로지 피지배자로만 보아 국민에게 의무만을 강요하는 현재 상황은 반드시 극복되어야 한다.

먼저, 국민소환제도(Recall)다. 누구나 물건을 살 때 주변 사람 평가도 듣고 스스로 신중하게 살펴 결정을 하지만 나중에야 그 물건의 하자를 발견하는 수가 있다. 그래서 리콜제도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헌법은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만 있다. 오직 “선출직 ‘지방’공직자”만 그 대상이 된다. 최근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 총수의 10% 이상의 서명 요건이 조금 부족하였다는 이유로 홍준표 경상남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청구가 선관위에 의하여 각하되기도 하였다. 제주시장, 서울특별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에서는 투표까지는 이루어졌으나 유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를 하지 않아 결국 투표함 개함도 없이 끝났다. 어느 것이나 결론을 본 것이 없다. 요건이 너무 엄격한 것이다. 보궐선거에서는 전체 유권자의 10%도 안 되는 득표율로 국회의원이 되는 사람을 자주 목격한다. 그런데 리콜은 왜 이리 엄격하여야 하는가?

민주주의를 살릴 또 하나 중요한 제도가 바로 국민발안제도(Initiative)이다. 그야말로 국민이 직접 어떤 주제(법률안)에 대한 발의권을 가지는 것이다. 아이폰7을 미국이나 일본에서 24개월 약정으로 구입하면 공짜라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비싼 돈이 주어야 하는지 궁금한 국민이 많다. 그런 국민이 함께 연구한 다음에 의견을 같이하는 일정 수 이상의 사람들을 모아 법률안을 발의하면 국회는 이를 일정한 기간 내에 반드시 처리(가결, 부결)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문제에 찬성하고 반대한 국회의원들의 발언과 투표결과는 고스란히 기록될 것이니 국민발안 법률안이 쌓여갈수록 국민은 누가 자신의 대표가 되어야 하는지 잘 알게 된다. 이런 민주주의를 정말 해 보고 싶다.

국민투표(Referendum)는 우리나라도 헌법에 규정을 두고 있다. 이라크전 파병, 전시작전권회수 결정이나 그 결정의 연기 결정 등은 모두 국민투표 감이었다. 사드(THAAD)배치에 대하여도 그것이 우리 헌법 전문의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기에 헌법 제72조에 따라 당장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가장 정확한 대답은 “정치는 먹고 사는 문제다.”라고 한다. 우리가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잘 먹고 잘살 수 없다는 뜻이다. ‘쌀값 공약’을 지키라고 외치던 백남기 농민이 며칠 전 선종했다. 지금도 절반 가까이 폭락한 쌀값 걱정으로 잠 못 이룰 우리 농민들을 위하여, 밥 열심히 많이 먹고 위기의 민주주의를 살리는 길에 매진하는 심부름꾼들이 보고 싶다. 이들을 통하여 앞으로 머지않은 시일 내에 우리가 직접 소환하고, 직접 발의하고, 직접 (국민) 투표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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