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맹수가 싸우는 피비린내 나는 투기장 고대 로마 콜로세움서 벌어졌던 가화다. 며칠 동안 굶주려 사나워질 대로 사나워 진 사자가 투기장으로 들어왔다. 투기장 한구석에 긴 창을 꽉 쥔 죄수가 벌벌 떨고 있었다. 사자는 죄수를 향해 돌진했다. 죄수가 휘두른 창을 피한 사자는 죄수에게 맹렬히 달려들었다. 죄수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찰나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사자가 죄수의 주변을 빙빙 돌면서 냄새를 맡더니 죄수 앞에 얌전히 꿇어 앉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관중들은 우레 같은 박수를 보냈다. 뜻밖의 광경에 놀란 황제는 죄수를 불러 어찌 된 연유인지 물었다. “1년 전 숲을 지나다가 크게 다친 사자 새끼를 발견, 집으로 데리고 가 상처를 치료하고 보살핀 후 숲으로 돌려보낸 적이 있습니다. 오늘 그때 사자를 다시 만난 것 같습니다” 죄수의 이야기에 감동한 황제는 죄수를 풀어주었다. 사자의 생명을 구해준 죄수의 선행이 보은의 열매가 됐던 것이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반다아체에 리치너라는 소년이 살았다. 대대로 고기잡이를 해 온 어촌마을에서 자란 리치너는 고기잡이보다 사냥에 더 관심이 많았다. 어느 날 아버지 몰래 멧돼지가 자주 출몰한다고 소문난 산에 사냥을 갔다. 몇 시간 온 산을 헤집고 다녔지만 멧돼지를 발견하지 못했다. 출항시간에 맞춰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던 중 늪에 빠져 허우적 대고 있는 새끼멧돼지를 봤다. 그는 웬 횡재냐며 재빨리 총을 겨냥했지만 새끼돼지의 애처로운 눈빛을 보자 총을 쏠 수 없었다. 그는 오랜 시간 애쓴 끝에 새끼멧돼지를 구출했다. 그때 하늘이 무너지는 굉음이 들려왔다. 거대한 쓰나미가 자신이 사는 마을을 덮쳤던 것이다. 리치너는 그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가 됐다. 그는 새끼멧돼지를 구했고, 멧돼지는 그를 구한 것이다.

화마에 휩싸인 원룸건물에 뛰어들어 초인종을 눌러 잠든 이웃들을 깨우다가 숨진 안치범씨의 살신성인이 눈물겹다. 목숨 걸고 선행을 베푼 그에게 앞의 두 이야기처럼 기적이 일어났더라면….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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