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산강 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된 구무천. 20일 포항철강공단을 지나는 구무천은 길쭉한 웅덩이를 연상케 했다.
20일 포항시 남구 괴동동 동천교 아래 구무천은 거의 멈춰있다시피 했다.

형산강으로 흘러가는 지류라는 사전 정보가 없다면 어떤 일렁임도 없어 그저 길쭉한 웅덩이처럼 보였다.

지나치게 고요한 건 유속만이 아니었다.

한국폴리텍VI대학 포항캠퍼스~세아제강~흥화를 지나는 구무천의 중류에는 살아있는 것들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역시 형산강 지류인 인근의 칠성천에서 물고기 떼와 그를 노리는 새 무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과 달랐다.

물고기는 커녕 물에서 올라오는 기포조차 보이지 않았다.

보다 하류역인 동촌교~심팩메탈로이~괴동역~포스코건설~제내교 구간도 마찬가지였다.

탁한 녹회색 물빛 사이로 무성한 물풀뿐 개구리나 잠자리마저 찾기 힘들었다.

인근 공장의 것인지 구무천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 구분되지 않는 역한 냄새가 따라다녔다.

천변에서 수년째 밭농사를 짓고 있다는 정 모(73)씨는 “근처 하천들보다 공장이 많은 데다 둑 같은 것들이 흐름을 막아서 물이 더 더럽다”며 “그나마 근래 비가 제법 내려서 오염이 덜한 편이다”고 말했다.

총 길이 3㎞인 구무천 주변에는 철강 관련 업체가 130여 개나 집중돼 오염 가능성이 상존한다.

수량이 적고 수도가 완만한 탓에 구무천에 유입된 오염물은 오랫동안 남아 있을 가능성도 크다.

구무천의 오염은 곧 형산강 하류의 오염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 셋은 가정이 아니라 근래 여실히 확인된 조사 결과다.

지난 8월말 국립환경과학원이 형산강 6개 지점의 퇴적물 시료를 채취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곳 모두 기준치(0.07㎎/㎏)의 19배에서 3천 배가 넘는 수은이 검출됐다.

최근 형산강 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된 구무천. 20일 포항철강공단을 지나는 구무천은 길쭉한 웅덩이를 연상케 했다.
특히 공장이 밀집해 있는 구무천 상류 지역에서는 기준치 3천 배가 넘는 221.99㎎/㎏의 수은이 나왔다.

또 구무천의 퇴적물에는 수은을 비롯한 납, 카드뮴, 크롬, 비소, 구리, 아연, 니켈 등 중금속 8종 모두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칠성천과 구무천이 형산강과 만나는 섬안큰다리 지점에도 기준치의 600배가 넘는 44㎎/㎏의 수은이 나오는 등 형산강의 오염이 최악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형산강에서 잡힌 재첩에서도 기준치를 웃도는 수은이 검출됐으며, 근래 조사에서는 황어까지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포항시는 구무천 상류에 있는 철강공단 업체의 무단 방류나 부주의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퇴적물을 걷어내는 한편 오염 차단 시설을 설치하겠다며 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구무천은 지난 2011년 6월 한 업체에 의해 벙커 C유가 유출되고, 2013년 10월 거품폐수가 배출되는 등 크고 작은 오염물 배출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포항시의 뒤늦은 대처에 대한 비판과 함께 구무천에 대한 체계적인 역학조사를 서두르고 허술한 환경 감시 시스템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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