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복영씨, 재3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동네 이발소에 새 소파를 들이는데 밖에 내놓은 낡은
소파의 헤진 가죽이 밥사발을 빼앗긴 家長의 표정이다

어쩔거나, 오래도록 수저가 긁었을 가족의 내력이 팽개쳐졌으니

다시는 뼈 빠지게 밥을 구하지 않겠다는 듯 뱃고래가 푹, 꺼져 있다

낡은 소파에서 쓸모없어진 치열했던 시간들을 뽑으니
주저앉은 스프링이 틀니 뺀 잇몸 같다

낡았다는 말이 착각과 배신사이 바닥에 그림자를 내동댕이 친다
눈물 나는 이별 행사다

황氏가 유행 지난 빛깔이라며 툭,툭, 낡은 소파의 감정을 쌓아 올린다

소화제 알약처럼 후두득, 빗방울이 떨어지고 어떤 설마가 재촉하듯 허물어진다

■수상 소감

박복영씨= 1997 월간문학 시 등단, 2015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성호문학상 시, 2014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천강문학상 시조 대상. 시집 ‘낙타와 밥그릇’ 외.
지난주 어머님을 가슴에 묻고 돌아서던 날. 초겨울을 재촉하듯 가을비가 제 이마를 때렸었지요. 낡아간다는 것. 어쩌면 제 몸 안에 세월을 들이는 것이겠지요. 창 밖에 마른 이파리가 몸을 떠내요.

쓰라린 추억이 훑고 지나는 듯이요. 낡은 시간만큼 낯익은 추억들이 잎을 틔우는 동안 제가 지닌 고통은 제 몸이 감내해야 할 몫이겠지만 낡아가듯 늙어가는 노인의 모습처럼 우리 문단이, 문학이 아파하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네요.

보이지 않는 사이 차가워지는 골목의 외로운 그늘처럼 시는 내가 감당해야 할 아픔이겠지만 오랫동안 써 온 시들이 서로 다른 시선으로 내가 가야할 길을 가르쳐 주고 있어 나는 경북일보와 내 시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네요. 부끄럽지 않으려 천천히 늙어가는 저를 조용히 불러 보내요. “네가 있어 내가 덜 미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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