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전문가 ‘전통 편액 문화의 기록 유산적 가치’ 발표·토론

동아시아 편액 학술대회
“편액의 글씨는 단 한 점만 남은 유일한 것으로 위작이나 동일성이 전혀 없으며, 출처와 소유주가 분명하고 훼손되면 대체 불가능해 당시 대표적인 서체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며 편액에 담긴 시대정신도 함께 사라진다.”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이용두) 박순 박사는 지난 22일 한국국학진흥원 국학문화회관에서 ‘한국의 편액이 가진 기록유산적 가치’라는 주제로 열린 동아시아 편액 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월 19일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현판 중 엄선된 편액 550점(189개 소장처에서 기탁)이 ‘한국의 편액’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세계유산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문중 서원 등에서 기탁받은 1천100여 종의 편액 가운데 이번에 등재된 550점은 조상과 선현의 교육이념을 담고 있는 교육공간이 231점, 선비들의 여유와 풍류를 담고 있는 수양공간이 118점, 선현들의 정신적 가치를 담고 있는 주거공간이 137점, 선현의 학덕을 추모하고 존경하는 의미를 담은 추모공간이 64점이라고 밝혔다.

또 조선시대 편액 글씨를 가장 많이 남긴 인물은 성리학을 대표하는 퇴계이고 석촌 윤용구, 해사 김성근, 석봉 한호 순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과 공동으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자 북경, 제남, 낙양 등지의 박물관에 3천 점 이상이 소장돼 있음을 확인했으나 보존과 존속면에서 확신이 없어 포기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국의 편액 소장기관들과 중국의 향후 보존 관리 문제만 해결되면 함께 세계기록유산으로 공동 등재를 고려해 볼 필요성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중국 북경과거편액박물관 요원리 관장은 ‘중국 고대 편액연구’ 발표에서 “국가에서도 돌보지 않는 편액을 지금은 간판이 대신해 문화의 맥이 끊어졌다”고 개탄했다.

그는 “진시황이 문자의 통일을 기하자 국가의 통치이념 전달에 편액을 활용한 것이 2천 년을 넘는다”며 “편액은 도덕적 가치가 담겨 있는 치국의 중요한 도구로 문화정책의 변화를 알 수 있는데 건축물의 미적 표현 외에도 서예 발전사에도 기여한 바 크다”고 강조했다. 이는 편액이 중국 문화를 대표하는 것은 한자로 쓰였고 서예 작품이며 유학 사상이 표현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또 한국에서 먼저 아태기록유산으로 등재해 일부 반감도 있으나 편액을 통한 전통문화와 유학을 소중히 보존 전승하여 배울 점이 많다며 “동아시아 한자문화권 공동으로 유구한 문화를 발굴하는 데 다 같이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종합토론에서 경북대학교 유지복 교수는 “‘한국의 편액’이 아태기록유산에 등재돼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는 만큼 타국과 구분되는 조선화된 책판의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며 “편액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일이 중요한 작업인데 가치가 제한적일 수 있는 궁중편액연구의 한계를 서원과 누정의 편액 연구로 극복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열린 ‘동아시아 편액 학술대회’는 ‘한국의 편액’이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기록유산으로 등재한 것을 기념해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주최해 한국과 중국의 박물관·대학·연구소 관계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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