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대구 서문시장 4지구에서 화재가 난 지 보름이 지났다. 최순실 게이트로 분노와 허탈함을 주는가 하면 오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당리당략 대권에만 눈이 먼 정치권의 꼴불견들이 연말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불이 난 서문시장을 돕기 위한 온정이 식을 줄 모른다는 것이다. IMF 때 못지않게 힘들고 어려움 속에도 서문시장을 향한 우리 사회 온정의 손길에서 따스함을 느낀다. 신세계가 5억 원, 대구은행 3억 원을 쾌척하는 등 몇십만 원에서 수억 원씩을 스스럼없이 내놓고 있다. 성금 모금을 시작한 지 보름여 만에 38억 원을 넘었다. 10여 년 전 서문시장 2지구 화재 때의 1개월에 동안 12억 원의 3배를 초과하고 있다.

이러한 시민들의 열정과는 달리 최근 대구시 행정에 어처구니없는 허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새벽 서문시장 4지구에 화마가 덮쳤다. 첫 피해 현황 보고서에 4지구 점포 수는 839개로 발표됐다. 그러나 화재 발생 14시간만인 이날 오후 4시께 대구시 화재수습본부로부터 점포 수를 679개로 정정한다는 메시지가 왔다. 당초 839개 점포에서 679개로 줄어든 것이다. 수십 개가 아니라 무려 160여 개 이상 차이를 보인 것이다.

서문시장이 어떤 곳인가. 현재의 터에 자리 잡은 지 100년이 다 돼 가는 서문시장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정부와 대구시가 200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수백억 원을 지원한 곳이다. 점포 통계는 가장 기본이다. 점포 수가 대폭 줄어든 이유에 대해 대구시는 빈 점포 등을 제외한 실제 영업하고 있는 영업장 수가 679개라고 해명했다.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점포 수가 조삼모사 하듯 하루 이틀 만에 변하는 게 아니다. 점포 수는 거의 고정화돼 조금만 현황 파악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매출 추정액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상인 측에서 공개하지 않는다며 둘러댔다. 2지구를 제외한 서문시장은 76년에 재건축됐다. 점포 수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그동안 점포 수 하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걸 보면 얼마나 주먹구구식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래 가지고서야 무슨 여론 수렴을 하고 정책 수립을 하겠나.

억장이 무너진 일은 또 있다. 서문시장 화재가 나기 전 한 달 전쯤 대구 북구 무태동 신천하수처리장의 소화조가 폭발하면서 불이 나 1명이 사망했다. 사고는 인부들이 하수처리장의 음식물 처리를 하는 소화조 배관 교체와 보온작업을 하던 중 발생했다.

그런데 이 작업과정이 한심스럽다. 하수 처리장 소화조는 밀폐된 탱크로 슬러지를 투입하면 미생물의 작용으로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작업에 따른 철저한 안전교육과 함께 현장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도 감독자는 현장에 없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대구환경공단이 이런 위험한 작업을 하면서 공사 계약서조차 없이 자체 내부 품위서 한 장만으로 강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고를 원상 복구하는 데 20억 원의 세금을 또 낭비하게 됐다.

대구시 스스로 불법을 저질렀다가 낭패를 본 경우도 있다. 하수슬러지를 건조시켜 고체로 만든 고화토를 불법매립했다가 인근 주민들로부터 반발을 샀는가 하면 환경청으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을 처지에 놓였다. 지금 대구시 일부 간부들은 업무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빙글빙글 돌고 있다는 지적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대안도 찾지 못한 채 업무를 틀어쥐고 앉아 우물쭈물하며 이래저래 눈치를 보고 있단다. 대통령 탄핵정국만큼이나 어수선하고 무사안일이 판치는 대구시정이다.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박무환 기자 pmang@kyongbuk.com

대구취재본부장. 대구시청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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