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봉, 고수익 가져다주는 황금 복주머니

▲ 경주 강동면 해오름농원 김용구 대표

농업에 미래가 없어 위기를 맞고 있다고들 한다. 농사를 힘들게 지어봐야 일한 만큼의 수익이 나오지 않아 농사를 짓기 꺼리는 탓이다

도시에는 청년실업이 넘쳐나지만 젊은 청춘들은 농촌으로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

힘들어도 도시가 좋다는 농촌 기피현상이 그들에게 뿌리를 내린 지 오래다.

그들에게 도시는 ‘약속과 기회의 땅’으로 인식됐지만 도시는 그들에게서 그 꿈을 빼앗으며 배신을 했다.

현대를 사는 청년들은 치열한 두뇌 경쟁을 펼치며 육체적인 노동은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익숙하지도 않고 경험하지도 못한 농촌에 대한 꿈을 꿀 수 없었다.

꿈을 앗아간 도시의 배신을 농촌에서 되찾을 순 없을까. 한국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질주하고 있다. 그 선두에 농촌 고령자들이 있다.

지금 한국 농촌엔 초고령 농업인들이 힘겹게 농사를 연명하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칠· 팔순에 접어들어 조만간 노동력 고갈로 농업의 중심에서 방관자로 전락할 수밖에 것이 현실이다.

가난과 배고픔, 자식 교육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한국 근·현대사를 이끈 이들이 역사의 뒤 안으로 쓸쓸히 퇴장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자식들의 삶이 풍요로워졌다는 사실에 만족하지만, 힘든 농사일로 망가진 몸으로 신음하며 국가의 바탕인 농촌이 파괴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들이 고령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면 누가 그 많은 땅에 씨앗을 뿌릴 것인가. 과연 여름을 지나 가을에 수확할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래서 농촌엔 빈집들이 늘어나고 농사를 포기한 논과 밭은 잡초들만 무성하다.

한국 농촌이 위기를 맞은 것이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한다.

농촌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고령화가 청년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땅과 비교하면 생산인구가 줄어든 농촌에서 경쟁력을 키우며 꿈꿔 왔던 미래를 개척할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평범한 진리를 땅을 통해서 일구는 현장을 찾아가 본다.

△김용구 경주 강동 해오름 농원 대표

포항에서 기계면으로 가다 보면 경주시 강동면 다산리가 나온다.

달성사거리에서 안강읍 방향으로 달성교를 건너자마자 왼쪽 하천 제방길을 한참 따라가면 해오름 농원이 넓은 들판에 펼쳐진다.

김용구(45) 대표가 땀을 흘리는 현장이다.

이곳에선 수확을 마친 사과나무와 제철을 맞아 홤금 빛 탐스러운 열매를 가득 달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한라봉을 만나게 된다.

해오름 농원엔 사과가 5천평에 1천800주, 한라봉이 1천평에 400주가 심어져 매년 수확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농장에서 사과 80t을 생산해 1억5천만원, 한라봉 8천만원 등 2억3천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억대 농이다.

김 대표는 포항 등 도시에서 직장 생활과 자영업을 하다가 지난 2011년 이곳 고향에 돌아와 과수원을 물려받으면서 본격적인 과수농사를 시작했다.

부친을 중학교 시절에 여의어서 곧잘 농사일했던 김 대표는 힘들지만 어렵지 않게 농촌에 적응했다.

김 대표는 전통적인 사과 농사를 기반으로 하면서 경주와 포항지역이 지구 온난화로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기 때문에 아열대 농업에 도전했다.

대표적 아열대 작물인 한라봉을 2014년 봄에 4천주를 심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생산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만 생산되던 한라봉이 경주에서도 재배에 성공한 것이다.

경주에서 생산된 한라봉이라 하여 ‘신라봉’으로 이름을 붙였다. 400주 신라봉이 8천㎏을 생산한다. 신라봉은 1㎏ 1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 대표는 “신라봉은 노동력 절감 등으로 농사원가가 5%에 불과해 순수익이 높은 효자 작목이고 특히 경주지역에 일조량이 많아 재배 적지이다”고 말했다.

특히 신라봉은 제주도 한라봉보다 수확량이 많고 맛과 향, 빛깔이 우수하다고 한다.

제주도 한라봉이 1주당 60개 열리는데 신라봉은 80개가 열려 1주당 수확량이 1.3배가 많다는 것이다.

당도는 한라봉이 12~13브릭스인데 신라봉은 14.3~16.7브릭스로 평균 15브릭스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높은 수확량과 당도를 보이는 것은 경주지역의 풍부한 일조량과 5개 비닐하우스에서 수막 난방으로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게 유지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김 대표는 얘기했다.

김 대표는 또 아열대 과수인 무화과나무를 재배했다가 사과 수확기와 겹쳐 일손이 모자라 포기를 했다.

김 대표의 아열대 과수 재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레드향을 지난해 2동 400평에 144주를 심어 올해 생산을 앞두고 있다.

레드향은 붉은 과일로 단맛과 식감이 부드러워 여성이 선호하는 과일이어서 고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가 이처럼 사과에 이어 신라봉과 레드향 등 과수 재배에 성공을 하는 것은 전통적인 농법에다가 신기술 접목에 끊임없는 노력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학창 시절부터 농사를 공부와 병행에 몸에 익숙한 데다가 경북도의 농업마이스터대를 졸업하는 등 신기술 습득에 노력한 결과이다.

거기에다가 타고난 부지런함이 농장을 성공 모델 사례로 성장시키고 있다. 김 대표는 여름에는 새벽 4시30분에 농장에 도착해 온종일 일하다가 9시께 집으로 돌아가고 겨울철엔 아침 6시30분에 농장으로 출근한다. 요즘 같은 수확 철엔 농장에서 숙식하기도 한다.

김용구 대표는 “농사의 비결은 부지런함이 최우선이며 전통농법의 장점에다가 신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실패 없는 성공의 지름길이다”며 “도시 청년실업 등의 문제를 이들이 농촌에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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