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천 최병국 고문헌 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주말만 되면 서울을 비롯한 국내 주요 도시에서는 박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싸고 국민 간에 찬반집회로 충돌 직전까지 가는 집단행동까지 보이고 있다.

이 와중에 정치판에서도 곧 있을 대선에서의 기선을 잡기 위해 타당이나 자당 구별 없이 자칭 대권 주자들끼리 서로 ‘죽기살기식’으로 치고받고 하는 모습들이 한쪽은 끝내 피를 흘려야 하는 투우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노무현식’ 발언대로 하면 ‘이쯤 되면 막가는 정치판’이다. 극언이 난무하고 상대를 향한 저주가 극에 달하고 있다. 우리 정치판이 왜 이렇게 갑자기 험악하고 살기(殺氣)까지 돌게 되었을까?

대선도 치르기 전에 큰일이라도 터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마저 든다. 여·야뿐만 아니라 여·여끼리, 야·야끼리도 무슨 원수들처럼 치고받는다.

친박·비박으로 쪼개어진 새누리당에서는 “나가라, 못 나간다”라는 고함 소리와 함께 연일 삿대질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들이 치고받는 말들도 ‘인적청산’ ‘악성종양’ ‘할복’ ‘좌익목사’ ‘…집사’ 등 하나같이 독기를 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새누리당과 다를 바 없다.

문재인 전 대표는 ‘법으로 되지 않으면 혁명이라도 해야 한다’든지 ‘대청소’라는 섬뜩한 말들을 스스럼 없이 내뱉고 있다. 문 전 대표를 추종하는 친문들은 야권 내 경쟁자들에게 떼로 몰려다니며 문자로 욕설 폭탄을 퍼붓고 있다. 겁박의 수준이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대권 대열에서 문 전 대표에 뒤질세라 문 전 대표를 향한 공격에 최고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제는 “문 전 대표는 기득권의 대표 세력으로 ‘청산대상’이라” 고 독기를 보였다. 우리 사회가 지금껏 사람을 상대로 ‘청산’이라는 용어는 거의 사용을 하지 않고 있는데도 박 시장은 이런 표현을 거리낌 없이 했다. 대권을 향한 욕심이 인내의 한계를 넘어 서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 같은 사람은 상식 밖의 주장들로 득표 전략을 펴고 있다. 마치 차기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의 선거 유세를 벤치마킹하는 듯한 수준 낮은 표현들로 불만에 찬 민심을 상대로 득표 수단으로 삼고 있다.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우리 정치권의 극단적 대결 정치가 시간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대선전이 치러지면 이 같은 ‘막가파식’ 정치 대결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정치판의 이런 비타협적 자세와 상대에 대한 살기 띤 인신공격, 분노로 가득 찬 독설 등이 대중의 저변에 깔린 불만 등을 해소해 주는 카타르시스적 효과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상대를 죽이려는 막가파식의 이런 전략으로 국민에게 환호를 받고 득표까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이는 큰 착각이다.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에 촛불과 태극기를 들고 모이는 사람들이 유권자의 대부분이라고 생각을 하면 이는 큰 오산인 것과 마찬가지다. 유권자의 92%는 지금 정치권의 이런 추악한 모습들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이제 대선전으로 시간이 다가갈수록 정치판이 원한에 찬 세 대결과 힘 대결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종내는 어떤 사태를 불러올지 모를 만큼 위태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2일 국민의 관심 속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했다.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대선전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도 대권에 지나친 욕심을 내어 기존 정치권과 같은 행태를 보이면 ‘막가파식’ 정치꾼의 이미지로 일순간에 바뀌어진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제 반 전 총장이 극지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극단적 정치판의 열기를 식혀주는 중화적 역할을 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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