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열흘 앞두고 대낮에 장난감 권총으로 은행을 털려던 40대 남성이 현직 경찰서장의 손에 붙잡혔다.
18일 오후 2시 20분께 이성호(57) 포항북부경찰서장은 사복차림으로 대구은행 죽도동지점을 찾았다.
특별방범기간 중 설 명절에 발생할 수 있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지역 금융기관을 살피던 중이었다.
그는 은행을 들린 김에 은행창구에서 볼일을 보던 찰라 바로 옆 창구 직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당황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33년 간 경찰 생활로 쌓인 직감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눈치챘다.
조심스럽게 창구로 다가간 이 서장은 직원 앞에 놓인 ‘강도 돈 내놔’라고 적힌 메모지를 발견했다.
이 서장은 마스크를 쓰고 창구에 서 있던 남성의 손에 들린 권총을 발견하고 은행강도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침착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공범이 있는지 살핀 이 서장은 단독범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범인의 뒤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창구 여직원이 시간을 끌며 범인의 시선을 빼앗은 틈을 타 이 서장은 범인의 손가락이 방아쇠에 걸려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권총을 낚아챘다.
이어 체포술로 팔을 꺾어 강도를 제압하고 청원경찰과 함께 범인을 체포했다.
이 서장은 "우연히 창구 여직원 얼굴이 새파래져 횡설수설하는 걸 보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면서 "은행직원의 침착한 대응으로 인명피해 없이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서장에게 제압당한 은행강도는 경찰에 체포돼 자세한 범행동기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으며 범행에 사용된 권총은 근처 상점에서 구입한 장난감 권총인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북부경찰서 관계자는 "수년째 취업이 안돼 생활비와 유흥비를 벌 목적으로 은행강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간부 후보(공채 32기) 출신인 이성호 서장은 지난해 7월 포항북부경찰서장으로 부임했으며, 합기도 유단자로 테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