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기사 김모(57)씨는 가족 부양을 위해 이 일에 뛰어들었지만 최근 경기 침체 등으로 수입이 부쩍 줄었다. 한 콜 이라도 더 배차받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구원의 손길(?)이 나타났다.

프로그래머 출신 이모(39)씨와 그의 친구 박모(40)씨가 주인공. 프로그래머 출신인 이씨는 위치정보시스템(GPS)을 이용해 대리운전기사의 위치를 파악해 배차를 하는 대리운전회사의 프로그램을 본떠 만든 ‘악성 앱(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앱은 대리기사들의 현재 위치를 임의로 변경할 수 있게 했다. 대리운전 요청이 많은 지역에 있지 않는데도 대리기사의 위치정보를 임의로 조작할 수 있어서 다른 기사들보다 먼저, 더 많은 콜을 확보할 수 있는 무기로 활용할 수 있었다.

앱 개발자 이씨의 친구 박씨는 2014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김씨 등 3명의 대리기사를 모집책으로 활용해 79명의 대리기사에게 악성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줬고, 그 대가로 2천5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대리운전 영업시스템 업체들이 월 1만5천 원을 받고 배포하는 정상 프로그램보다 훨씬 비싼 월 6~8만 원을 받고 유포했고, 대리운전 회사와 기사들의 콜 획득 경쟁의 공정성과 시장 경제 질서를 훼손한 것이다.

대구경찰청은 앱 개발자 이씨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하고, 박씨와 대리기사 김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손재우 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악성 앱 때문에 손님 근처에 있는 기사보다 오히려 더 떨어져 있는 기사가 배정돼 고객 불편이 클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씨 등은 대리운전 업체의 정보통신시스템에 허위의 정보를 입력해 부정하게 배차가 되도록 하기 위해 장애를 발생시키는 등 정당한 업무를 방해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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