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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 헌법은 1948년 7월 17일에 공포된 이후 70년 역사를 자랑하고 있지만, 그동안 벌써 9번이나 개정되었다. 그런데 실제 개정된 것보다 더 많은 개헌 논의가 있었고, 그 횟수는 아마도 수십번이 넘을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개헌 논의 자체를 집권세력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보아 엄격하게 억제하였다. 이 때문에 개헌논의 자체를 매우 부담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야당은 개헌논의 자체를 계기로 집권당에 반대하는 위세의 규합에 이용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 위세라는 것도 결국 국민의 힘이었다. 어쨌든 개헌이라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의 통치구조를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 의사 또는 국민의 힘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국민은 언제라도 논의할 수 있다. 그래서 개헌에는 국민이 직접 투표를 하여,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또한 개헌에서는 국민의 힘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대통령 뿐 아니라 국회도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고, 국회에서 헌법 개정안을 의결하도록 함으로써, 개헌안에 대한 국회의 관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최근 통치구조의 변화 흐름에 편승하여 또다시 정치권에서의 개헌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고, 특히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개헌논의에 훈수를 놓는 등 국회 헌법 개정특별위원회가 지난 2017년 1월에 구성되어 지난주까지 논의를 계속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헌법상 개헌에는 일정한 절차가 필요하고, 이 절차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에는 개헌은 불가능하고, 개헌논의는 탁상공론이 되고 만다.

먼저 헌법은 개헌안 발의에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요구하고 있고, 제안된 개헌안은 대통령이 20일 이상 공고하도록 하고 있다. 현정국에서 개헌에 관한 정치적 지형은 국회 재적의원 중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이 93명, 국민의당이 39명, 바른정당이 33명 등 모두 165명이 개헌 찬성쪽에 서있기 때문에,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을 제외하더라도, 개헌 찬성파가 재적의원 과반수를 넘고 있다. 따라서 개헌안을 발의하는 경우 다수당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행하기에는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따르겠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개헌발의를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다음으로 탄핵으로 인한 대통령의 궐위로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적 정치일정상 가장 중요한 개헌안 공고를 권한대행이 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있다. 헌법상 대통령이 공고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이 공고를 하는 경우에 형식논리상 개헌안 공고의 효력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도 공고라는 것이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고,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정당성 여부를 따져서 하여야 하는 실체적 권한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권한대행이 하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하면, 권한대행이 하는 공고는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회가 본회의에서 개헌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현재 국회의원 재적의원은 300명이지만, 개헌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121명이기 때문에, 국회의원 의석분포로 보아서 개헌안이 통과될 수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현행 정치구도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이 찬성을 하지 않는 이상 개헌은 더 이상 진척될 수 없게 되어 있다. 지금과 같은 정국 상황에서는 개헌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이다. 최근들어 북한의 핵 위협과 중국의 사드 트집은 도를 넘어서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라고 봐야 한다. 국회에서는 심각한 북한문제와 경제, 외교문제를 다루어야 함에도 지금도 개헌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왜 그럴까? 국민이 모르는 것을 국민의 대표는 알고 있는 그 무엇이 있을까? 지금 국민은 개헌논의를 할 수 있을지라도, 이제 국회는 개헌안 논의라는 한사(閑事)를 그만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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