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이 소장한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국보 제70호) 원소장처를 놓고 광산 김씨, 진성 이씨 두 집안 간 논란이 뜨겁다.

간송본은 안동 서예가 진성이씨 이용준이 1939년을 전후해 간송 전형필에게 거금을 받고 넘긴 것으로 알려진다.

광산김씨 긍구당(肯構堂) 14대 종손 김대중(84)씨는 28일 안동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해례본 간송본은 1940년 초까지 안동시 와룡면 가야리 긍구당이 원래 소장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진성이씨 대종회가 안동시청에서 한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한 것이다.

진성 이씨 대종회는 지난달 23일 안동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례본 원소장처는 진성 이씨 주촌(周村·두루) 종택이다”며, “세종 때 하사받아 진성 이씨 집안에 보관해 오던 것을 이 씨 집안의 이용준이 1939년 간송 전형필에게 당시 거금을 받고 넘겼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종회 측은 가문에서 내려오는 해례본의 소장과 양도와 소실 과정, 문화재청의 낙장 복원 관련 자료 등을 소개하며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긍구당 측은 “해례본 간송본 원소장처는 광산김씨 긍구당 고택인데 이용준이 처가에서 책을 가져간 뒤 긍구당 장서인(藏書印)이 찍혀 있는 표지 등을 찢어 훼손한 뒤 매도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씨는 “저의 조부인 종손 김응수의 사위 이용준이 긍구당 서고에서 훈민정음을 유출, 의도적으로 앞 2장을 새로 깁은 뒤에 1940년 초에 간송 전형필에게 매도했다”고 밝히며 1940년 7월 30일자 조선일보 기사를 참조하라고 했다.

또 “진성이씨 측 선조인 이정(李禎)이 세종대왕에게서 직접 해례본을 하사받았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이정이 최윤덕 장군 막료로 여진 정벌에 참여해 이룬 군공(軍功)으로 논공행상에서 판관 벼슬을 받고 13년이나 지나 훈민정음이 반포된 만큼 진성이씨 주장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산군 언문탄압 때 앞 2장을 찢은 뒤 보관했다는 진성이씨 측 설명도 해례본 대부분이 한자(漢字)로 되어있는 데다 한글 탄압을 피해 한자가 쓰인 책장을 찢은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이용준이 장인, 장모에게 보낸 12통의 편지가 긍구당에 보관돼 있다”며 “책을 가지고 온 일에 대해 ‘범행자부대죄(犯行自負大罪)’라는 말을 하며 자신의 행위가 범죄(犯罪)였음을 편지에서 시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종명 기자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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