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관 신화법률사무소 변호사
민법은 이혼의 경우 부부의 협의이혼을 원칙으로 하되, 협의가 되지 않을 때는 ①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②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③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④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⑤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⑥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등 법률이 정한 6가지 중 1가지 이상의 사유가 있는 경우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민법은 원칙적으로 재판상 이혼청구권을 잘못이 없는 배우자에게만 인정하고 있고 이를 유책주의라고 하는데,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있는 자가 상대방 배우자에 대해 재판상 이혼를 청구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유책배우자에 대해서는 재판상 이혼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상대방 배우자에게 혼인파탄의 사유가 있더라도 재판상 이혼청구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자에게 혼인파탄의 책임과 원인이 있다면 역시 재판상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편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것은 혼인제도가 요구하는 도덕성에 배치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방지하려는 데 있으므로,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 책임이 반드시 이혼 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한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혼인과 가족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없고 사회의 도덕관·윤리관에도 반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허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따른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봄으로써 유책주의를 견지하되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는 유책배우자도 재판상 이혼청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이다.

결국 원칙적으로 재판상 이혼청구권은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에게는 인정되지 않지만, 유책성이 소멸된 것과 마찬가지인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에게도 재판상 이혼청구권이 인정될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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