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이세' 혁거세 탄생설화의 근원

 

오릉(박혁거세 왕릉 추정).

지금부터 신라에 관한 기록이다. 먼저 첫 임금의 신이(神異)한 탄생설화가 육부촌으로부터 시작한다.

 

진한(辰韓)의 땅에는 옛날 여섯 마을이 있었다(辰韓之地 古有六村). 첫째는 알천 양산촌(閼川楊山村)이니 우두머리를 알평(謁平)이라 일컫는데, 처음에 표암봉(瓢嵓峯)에 내려왔으니, 이가 곧 급량부(及梁部) 이씨(李氏)의 조상이 되었다. 둘째는 돌산 고허촌(突山高墟村)이니 우두머리를 소벌도리(蘇伐都利)라 일컫는데, 처음에 형산(兄山)에 내려왔으니 정씨(鄭氏)의 조상이 되었다. 셋째는 무산 대수촌(茂山大樹村)이니 우두머리를 구례마라 일컫는다. 처음에 이산(伊山)에 내려왔으니 이는 점량부 또는 모량부 손씨(孫氏)의 조상이 되었다. 넷째는 취산 진지촌(觜山珍支村)이니 우두머리를 지백호(智伯虎)라 일컫는다. 처음에 화산(花山)에 내려왔으니, 이는 본피부(夲彼部) 최씨(崔氏)의 조상이 되었다. 최치원(崔致逺)은 곧 본피부 사람이니 지금 황룡사(皇龍寺) 남쪽과 미탄사(味呑寺) 남쪽에 옛 집터가 있어 최후(崔侯)의 고택이라 하니 아마도 명백한 것 같다. 다섯째는 금산 가리촌(金山加里村)이니, 우두머리를 기타(祗沱) 또는 지타(只沱)라고 일컫는데, 처음에 명활산(明活山)으로 내려왔으니, 한기부(漢歧部 또는 韓歧部) 배씨(裴氏)의 조상이 되었다. 여섯째는 명활산 고야촌(明活山 髙耶村)이니, 우두머리를 호진(虎珍)이라 일컫는다. 처음에 금강산으로 내려왔으니, 습비부(習比部) 설씨(薛氏)의 조상이 되었다. 

위의 글을 살펴보면, 이 육부(六部)의 조상은 모두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다. 유리이사금 9년(서기 32년)에 비로소 육부(六部)의 이름을 고치고, 또한 여섯 성(姓)을 주었다. 전한(前漢) 지절(地節) 원년 임자(壬子, 서기전 69년) 3월 초하룻날 육부의 조상들이 각각 자제들을 거느리고 다 함께 알천(閼川) 언덕 위에 모여 의논하기를, “우리들이 위로, 백성들을 다스릴 임금이 없어, 백성들이 모두 방종하여 제멋대로 놀고 있으니 어찌 덕이 있는 사람을 찾아내어 군주로 삼아 나라를 세우고 도읍을 만들지 않으리오!” 하였다.

이때에 높은 곳에 올라 남쪽을 바라보니, 양산(楊山) 아래 나정(蘿井) 옆에, 번갯불과 같이 이상한 기운이 땅에 드리우고, 흰 말 한마리가 무릎을 꿇고 절하는 모양으로 있었다. 이를 살펴보니, 자줏빛 알 하나(또는 푸른 빛 커다란 알이라고도 한다)가 있었다. 말이 사람을 보더니 긴 울음소리를 내며 하늘로 올라갔다. 그 알을 잘라, 용모와 자태가 단정하고 아름다운 사내아이를 얻었다. 놀랍고 이상하여 아이를 동천(東泉)에서 씻기니, 몸에는 광채가 나고 새와 짐승들이 모여 춤을 추며 천지가 진동하고 해와 달이 청명했다. 이에, 이름을 혁거세왕(赫居世王)이라 했다. 혁거세왕은 아마도 향언(鄕言)일 것이다. 불구내왕(弗矩內王)이라고도 하니 이는 광명이세(光明理世), 즉 광명으로써 세상을 다스린다는 뜻이다.

여기서 조금 설명을 붙이려한다. ‘혁거세’의 ‘혁(赫)’은 빛날 혁 또는 붉을 혁이다. 따라서 ‘ᄇᆞᆰ’이 된다. ‘세(世)’는 인간세상이며 우리말로 ‘누리’다. 그래서 ‘혁거세’는 ‘밝은 누리’ 또는 ‘밝게 누리’ 정도가 되고 이를 붙여 고유명사로 하면 ‘불구내’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일연선사가 혁거세는 불구내니 곧 광명이세를 말한다라 한 것이다. 광명이세는 홍익인간과 함께 우리민족의 성향과 정체성, 건국이념과 철학, 미래를 향한 희망이 담긴 매우 중요한 메시지(message)요 아젠다(agend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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