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 8월 말까지 문중유물특별전 개최

개막식 및 학술대회장
“우리 집에 보물은 없지만 보물이 있다면 오직 청백이 있을 뿐(吾家無寶物 寶物惟淸白), 몸가짐을 삼가고 남을 대함에 있어 충직하고 온순하라(持謹愼待人忠厚).”

청백의 상징인 보백당 김계행 선생의 청렴정신과 정치지도자로서의 행적을 재조명하는 문중유물특별전이 안동시 도산면의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에서 지난달 25일 개막해 8월 말까지 열린다.

개막식에는 보백당 김계행(1431~1517)선생의 500주기를 맞아 본손은 물론 외손에다 각 종중, 향교, 유림단체 문화단체에서 1천 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뤘다.

이용두 원장의 개회사와 각급 기관단체장의 축사에 이어 안동김씨 대종중 대표와 김정기 보백당 차종손의 인사도 있었다. 박물관 앞에서 테이프 컷팅을 하고 전시 관람이 이뤄졌다.

보백당 문중에서는 선조의 정신과 교훈이 온전히 담겨 있는 자료를 더욱 잘 보존하기 위해 한국국학진흥원에 맡겼고 그 문중의 귀한 뜻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특별전과 학술대회를 열게 되었다.

보백당 가문의 정신을 보여주는 각종 유물을 주제별 5개 부분으로 나누어 전시했다.

1부는 ‘새로운 안동김씨 묵계에 터 잡다’로 고려 초 김선평 성주가 고려 태조를 도와 고창전투에서 견훤 군을 격파하여 대광의 벼슬을 받음으로 안동김씨의 시조가 됐다. 영가지, 고려사절요, 종천연모록, 안동김씨 세보, 보백당 세계도 등 보백당 이전의 유물이 전시됐다.

2부 ‘청백과 굳센 기풍을 세우다’에서는 보백당 현판, 정헌공 증시교지, 보백당 선생 실기 등이 전시됐다.

보백당 김계행 선생은 조선 전기 대사간, 대사헌, 홍문관 부제학 등 3사의 요직과 성균관 대사성을 지내면서 당대 거유 문충공 점필재 김종직 선생과 함께 영남 유림을 이끌며 도덕과 학문으로 덕망을 쌓아온 청백리의 표상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계회도인 사헌부 감찰로 있을 당시 동료 관원들과의 모임을 그린 ‘총마계회도(1480년)’는 사헌부 감찰이었던 선생의 강직했던 관직 생활도 엿볼 수 있다.

보백당 유훈 현판 2점.
3부 ‘한결같은 충절의 뜻을 기리다’에서는 반천정사 현판, 정사사마방목, 김관석 백패 등의 전시에 후손이 극인, 극의, 극례, 극지, 극신의 5파로 나누어져 유훈인 청백을 늘 가훈으로 삼고 있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보백당 선생 실기 책판과 2016년 아시아태평양지역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보백당, 만휴정, 반천서원 현판도 등재 이후 처음 선보인다.

4부 ‘오래도록 부는 맑은 바람’에선 달수재 현판, 달수재사 중건일기 등의 전시물과 함께 1706년 묵계선원에 보백당을 향사한 내용이다. 보백당 가문의 가풍은 군자의 삶을 지향하고 있다.

5부 ‘보백당을 기리는 사람들’에선 묵계서원 현판, 농암선생 퇴휴병, 예서체로 쓴 대원군(이하응)의 보백당 유훈 친필 등이 전시됐다.

묵계서원은 보백당 김계행과 세종 때 사헌부 장령(掌令)을 지낸 응계 옥고(1382∼1436)를 봉향하는 서원이다. 1687년에 창건해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됐다가 복원했다.

서원 옆에 보백당 신도비가 있고 골짜기로 들어서면 송암폭포 위에 보백당이 만년에 휴식을 취한 ‘만휴정’이 있는데 동·서문 위에는 유훈이 걸려있다.

이날 보백당 차종손 김정기씨는 “조상께서 물려주신 청백 정신을 몸소 실천하면서 지역 사회에 본보기가 되려고 (후손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이후 청렴이 더욱 강조되면서 전통사회의 청백정신이 현대인들에게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특별전은 시련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역사를 지켜온 선조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연 행사다.

보백당이 조정에서 보여 준 직언의 기개와 청백의 정신은 비단 문중 자손들뿐만 아니라 후대인들에게도 귀감이 되었고 여전히 큰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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