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쓰나미 등 대형 재해 위협에 경북동해안 내진설계 강화

▲ 국내 24기 원전의 절반인 12기를 보유하고 있는 경주 월성원자력본부와 울진 한울원자력본부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글 싣는 순서

1 경북의 지진 발생 현황과 방재 체계
2 경북 동해안 원전의 지진 대응 체계
3 대지진 경험한 효고현의 지진 대응 체계
4 이바라키현의 원자력안전협정
5 일본 모델에서 찾은 국내 첫 원자력안전협정
6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원전 안전과 방재 체계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1일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를 찾아 원전 안전과 관련한 설명을 듣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1일 경주를 직접 찾아 원자력발전소와 중저준위 방폐장 등의 안전을 점검했다. 장관 취임 후 첫 행보로 원전을 살핀 김 장관은 “후쿠시마 사태에서 보듯이 사고가 나면 피해는 돌이킬 수 없다”면서 “원전사고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원전 안전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공사를 일시중단하고, 10인 이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최대 3개월 동안 여론 수렴을 거쳐 시민배심원단이 판단을 내리게 하자고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기간부터 주요 공약으로 내건 ‘탈(脫) 원전’ 정책의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전력 수급 문제 등 논란이 뒤따르고 있지만 정부의 탈원전 기조 중심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있다. 지난해 9월 경주 대지진 이후 전국 원전의 505가 몰린 경북 동해안의 안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역의 원전 분포 현황을 살펴보고 지진이나 해일에 따른 위험성, 원전 내진 설계율과 보강 대책 등을 점검한다.


□ 국내 최대 원전 밀집지 경북 동해안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진앙지와 가까운 경주 월성원자력본부에는 월성 1~4호기와 신월성 1~2호기 등 6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있고, 울진의 한울원자력본부에는 한울 1~6호기가 원자력 발전을 하고 있다. 상업용 핵발전소의 출발이었던 부산 기장의 고리 1호기가 40년의 수명을 마치고 영구 정지된 것을 고려하면 전국 원전 24기 중 경북이 그 절반인 12기를 보유하고 있고,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다하는 12기 원전 중 6기가 경북에 존재한다. 특히, 1998년 9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경주의 월성 1호기는 2012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22년까지 설계수명을 10년 연장했지만, 주민들은 안전성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가동을 연장했다면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울진의 신한울 3~4호기도 2022년과 2023년 준공을 목표로 했으나 설계를 잠정중단한 상태고, 영덕의 천지 1호기와 2호기도 부지 매입이 중단된 실정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자체 방사능 방재 훈련 장면.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 경북 원전의 지진·지진해일 대비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규모 9.0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우리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지진해일(쓰나미) 때문에 전원 공급이 중단되면서 원자로를 식혀주는 긴급 노심냉각장치가 작동을 멈췄고, 다음날 원자로 1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이후에는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기체가 대량으로 외부로 누출됐다. 또 고장난 냉각장치를 대신해 뿌렸던 바닷물이 방사성물질을 머금은 오염수로 누출되면서 더 큰 문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 정부도 2011년부터 국내 원전에 대한 안전점검을 벌였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전성 강화대책과 발전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자체 발굴한 추가 개선대책 등 56건의 개선사항을 이행하고 있다.

설계기준을 넘는 강진 발생을 가정해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이 감지되면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하도록 설비를 개선했고, 방수형 배수펌프 2대씩을 전체 원전에 배치했다. 월성 1호기와 신월성 1~2호기, 신고리 2호기에 대해서는 원자로 및 증기 발생 시 비상냉각수 외부주입유로를 설치했고,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비상냉각수 외부주입유로 를 전체 원전에 설치했다. 또 전기 없이 작동 가능한 수소제거설비 설치 작업도 마쳤고, 월성 1호기에는 중대사고 시 격납 건물 내 과도한 압력상승을 방지하고 방사성물질을 여과해 배출할 수 있는 여과배기 및 감압설비 설치도 완료했다. 이밖에 비상 디젤발전실 등 침수 방지용 방수문은 성능시험과 인허가를 진행 중이고, 각 부지에 전력공급 중단에 대비한 이동형 발전차를 확보한 상태다.

지진 발생 빈도와 강도가 점차 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의 내진 설계율과 보강도 중요한 대목이 됐다.

정부와 한수원은 기존 내진 설계 기준(지진동값 0.2g·규모 6.5)을 넘어서는 지진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시 원자로를 안전하게 정지하고 냉각시키는 안전정지유지계통의 성능을 0.3g(규모 7.0) 수준까지 보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4기 중 21기에 대한 내진성능 보강을 마쳤고, 한울 1~2호기와 고리 2호기에 대해서는 내년 말까지 마무리하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모두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속 대책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지진 발생 이후 원자로가 자동정지되고 뜨거워진 원자로를 식혀주는 냉각 설비들이 안정적으로 운행되면 후쿠시마 사고 때처럼 수소폭발에 따른 방사성물질 누출 등의 문제는 결코 없을 것”이라면서 “지진이나 쓰나미에 따른 안전정지유지계통의 전원 차단 문제가 없도록 만드는 방안도 철저하게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경북도가 보유하고 있는 주민방호 물품과 고정형 방사선 감시기. 경북도 제공.
□ 경북도의 제한적 역할

한수원은 방사성물질 배출 상황에 대비해 주민보호조치 결정을 위해 발전사업자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주민피폭선량 평가 프로그램을 운영해 원전을 중심으로 거리·방위별로 주민이 받을 것으로 보이는 방사선영향을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는 원전 인근 주민보호조치를 결정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주민보호조치 결정이 내려지면 지자체가 이를 받아 주민보호조치를 이행하는 구조다.

또 발전소 불시정지 등 사고 발생 시 언론과 인터넷 공개는 물론, 지자체와 민간환경감시센터, 지역주민 등에 문자메시지와 유선 통화 등 정보전달 매체를 활용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경북도는 정부와 발전회사에 적극적인 정보공개 요구 등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탓에 모니터링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는 수준에서만 역할을 하는 실정이다. 정부와 한수원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속대책 수립과 이행 과정에서 특별점검 등의 형태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정도다.

또 주민보호용 방호 약품과 물품, 고정형 방사선 감시기 등 방사능 측정장비 등을 확보하고 지역방사능방재대책본부를 구성해 방사능 방재 훈련과 교육을 통한 원전 주변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주민 9만2천여 명에 대한 보호조치 이행 준비를 하고 있다.

정군우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원자력 시설이 몰려 있는 일본 이바라키현 도카이촌은 작은 기초 행정단위임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재해대책특별조치법이나 원자력안전협정 등에 근거해 발전사업자와 중앙정부에서 관련 정보들을 충분히 받아보고 주민들의 안전과 관련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면서 “원전이 입지 한 지자체의 권한을 대폭 향상할 수 있는 제도 시행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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