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널라커머 발 빼야 대니더"
신발을 벗어야 물을 건널 수 있다고
마을의 애꾸눈 아저씨가
이쪽을 향햐 고함쳤다
자갈밭에 앉아
신을 벗고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
바위 사이를 흘러 내리는 물을 보면서
심호흡을 두어번 했다
백석탄,
흰돌여울을 건너기 시작했다
물 속 비수, 투명한 날이 서 있었다
한 발 두 발 떼어놓자
발가락 하나, 발가락 둘
발목까지 떨어져 나갔다
끝내 심장마져 식을 지경이었다
"조심하시소, 조심! 큰일 나니더"
백수광부,
겨울 흰돌여울 다 건너갈 때야
건너편 외눈박이 아저씨
고함치는 소리 희미하게 들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