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조상기리는 마음이 중요…잘못 아니다"

한가위가 다가오면 일반 가정에서 차례상·제사상에 대추· 밤· 배 ·감 등 국내산 과일 외에 외국산 과일을 올려도 되는지를 유림 관계자들에게 묻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가례 집람(家禮輯覽) 등 옛 예서(禮書)에는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적과 밥, 술 등을 놓도록 하면서 가장 앞에 과일을 두도록 하고 있으며 과일의 종류에 대해서는 언급돼 있지 않다.

기본적인 차례·제사 음식만 차려놓고 과일 등은 가풍과 형편에 따라 다르게 올릴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20년 넘게 시어머니의 제사를 지내 온 예천의 최모(46) 주부는 “이번 추석에는 쌀 떡 케이크와 파이 애플과 바나나도 올리고 시어머니가 좋아하시던 갈비도 올릴 생각이다”며 “정성이 중요한 것 같다. 시대에 맞는 음식을 정성껏 차례 제상의 기본을 지키면서 다양한 음식을 마련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이처럼 40~50대에는 요즘 들어 다양한 음식을 올리면서 조상을 기리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유림이나 종가와는 달리 기본음식을 지키면서 자신들만의 차례·제사상 음식을 추가로 마련하고 있다.

대형마트나 과일 상점에는 사과 배 등과 동남아 열대 과일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렇다 보니 60~70대의 기존 차례 제사 방식을 고수해 오던 문화가 최근 들어 외국산 과일과 음식 등도 다양하게 마련해 올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긴 명절을 맞아 외국에서 차례를 지내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차례상 또한 외국 현지에서 다양하게 구매해 올리기도 한다.

안동시 향교회관 박동균 사무국장은 “파인애플, 바나나 등이 안 된다고 볼 수 없다”라며 “다만 방산시물(方産時物)이라고, 그 지방에서 그 시기에 나는 과일을 올리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완 예천군청 학예사는 “조율이시(棗栗梨枾)니 홍동백서(紅東白西)니 하는 규정들도 지역별로 사용하는 데가 있고 안 하는 데가 있다”라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요즘에는 생전에 좋아하시던 음식들이 차례상에 올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학예사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과일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현재 많이 찾는 외국산 과일들을 올린다고 해서 ‘불효’이거나 ‘잘못’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외국에서 온 것은 절대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일부 있다”며 “하지만 옛날에도 중국을 다녀온 사람들이 맛있는 것, 좋은 물건이 있으면 가져와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올렸다”고 말했다.

예천 유림 한 관계자도 “좋은 물건, 맛있는 음식을 조상에게 바치는 것은 잘 못된 것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외래 과일뿐 아니라 피자와 케이크 등을 차례상에 올리는 것에 대해서도 예천 유림관계자는 “전통 계승이라는 차원에서는 바람직하지만은 않지만,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다면 떡 옆에 올려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상만 기자
이상만 기자 smlee@kyongbuk.com

경북도청, 경북경찰청, 안동, 예천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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