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호 태풍 ‘마이삭’이 지나가면서 포항 등 경북에 큰 과수 낙과 피해를 내고, 이어 10호 태풍 ‘하이선’은 오기 전인 지난 5일 포항시 북구 죽장면 합덕리. 이날 만난 사과 재배 명인 손동석(67) 죽장개발자문위원장의 농장 ‘감홍원’에는 조금 특이한 광경부터 눈에 들어왔다. 사과나무들이 줄로 서로가 연결돼 있던 것이다. 흡사 소설 삼국지의 적벽대전에서 병사 멀미를 줄이기 위해 밧줄로 배 여러 척을 서로 붙잡아 맸다는 ‘연환계(連環計)’와 비슷했다. 손동석 씨는 “일손은 더 가지만 줄로 이어 주면 나무가 받는 강한 바람 힘을 분산
조선의 4대 민요(民窯)로 꼽히는 청송백자는 설백색의 빛과 기벽이 매우 얇고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특히 흙으로 제작하는 다른 지역 도자기와 달리 청송군 주왕산면 법수지역에서 나오는 ‘도석’이라는 돌을 빻아서 빚는다. 백옥 같은 낯빛에 진주 같은 광이 나며 계란 껍데기처럼 얇고 공기처럼 가벼워 투박하게 만지면 바스러질 것 같지만 왕실이나 반가에서 쓰던 도자기가 아니라 민간에서 쓰던 막 그릇이다. 당시 청송백자 도요지인 법수골 주변 10km 반경 안에는 물 흐르고 푸른 소나무 빼곡한 골짜기마다 도요지가 있었다고 한다. 가마는 40도
영양군 읍내에서 차로 20여 분을 달리면 ‘고추 마을’ 산정상의 풍력발전기가 둘러싸여 알을 품는 닭의 둥지처럼 포근한 영양읍 무창리에 나온다. 무창리는 농민 100여 명(30여 가구)가 모두가 고추를 재배할 만큼 고추 재배로 유명한 마을이다. 그런데 이 작은 고추 마을에 고추 전문가로 이름난 농민이 있다. 대한민국 고추 재배 농사꾼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지난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가 ‘고추 마이스터’로 선정한 고추 재배의 명인 방영길 씨다. △고추 마이스 방영길의 고추 재배 인생. 고추마이스터가 되기 위해 2013년 방 씨는 6개
“‘문경새재아리랑 하면 송옥자, 송옥자하면 문경새재아리랑’이라는 등식이 이뤄집니다.”송옥자(69) 문경새재아리랑 전승자는 어린 시절부터 민요 부르는 것을 좋아하다가 아버지가 “기생 되려 하느냐?”고 나무라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22세에 문경시 문경읍 팔영리로 시집온 것이 문경새재아리랑과 첫 인연을 맺었다. 송 전승자는 ‘문경새재아리랑보존회’를 창립해 문경새재아리랑 가사를 채록하고 창작하는 등 아리랑 대중화와 문경새재아리랑 원형 보존과 확산에 반평생의 열정을 불태웠다. 또 현재 문경새재아리랑은 우리나라 아리랑 대중화의 선두
“전 국민에게 단팥빵을 먹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지난 2013년 대구 중구 동인동 한 작은 가게에서 빵을 만들었던 박기태(48)씨는 현재 전 가쟁점을 합쳐 연간 3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빵장수’(㈜피쉐프코리아) 브랜드 대표로 우뚝 섰다. 8년 만에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빵장수가 된 그는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며 빵장수로서의 꿈을 끊임없이 꾸고 있다. 전 국민에게 단팥빵을 먹이는 것도 가장 최근에 세운 목표 중 하나다.△함께 가출한 친구와의 가위바위보가 ‘빵장수’ 만들었다.박 대표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칼국수도 제대로 삶지 못하던 화가 지망생이 ‘약이 되는 음식’을 만들고 연구하는 일이 천직이 됐다”는 박순화(60) 약선당(藥膳堂)대표. 사람의 운명이란 한치 앞도 모르듯, 잠시 낭만으로 시작한 경양식 레스토랑이 33년이 흘러 지금의 약선음식전문가 박순화가 됐다. △“아줌마~” 불리기 싫어 ‘열공’. 중학교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미술을 전공했지만 1989년 29살에 대가족 종가의 부엌 지킴이가 힘겨워 한 몇 년만 해보려고 시작한 외식사업이 지금 인생의 전부가 돼 버렸다. 젊은 새댁 당시 “아줌마요~”라 부리는 소리가 자존심
자전거는 사람의 힘으로 페달을 굴려 두 바퀴로 가는 이동 수단이다.하지만 에너지 효율이 가장 뛰어나다는 찬사를 들으며 ‘인류 10대 발명품’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누구나 어린 시절 생일 선물로 받길 손꼽으며 꿈을 꿨고, 보조 바퀴를 떼어내고 처음으로 스스로 균형을 잡은 순간을 잊지 못한다.젊을 때는 사이클이나 MTB(산악용 자전거)에 빠지기도 하고, 노년에는 손자를 태우고 나가는 모습도 그려진다.자전거는 이렇듯 한 사람의 일생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지만, 레저 붐·녹색 성장 등 산업 발전 및 사회·경제적 분위기와도
임업 불모지 울릉도에서 최초로 산양삼 재배에 성공하며 소득증대를 높이고 울릉도 최초의 임업후계자로서 부농의 꿈을 키워가는 농부가 있다. 울릉산삼공사 정대휘 대표(58)가 그 주인공으로 무공해 청정지역인 울릉도에서 산삼 집단재배에 성공을 거두며 현재 무농약 산양삼을 판매하는 등 농가소득 창출은 물론 지역에서 임·농업인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정 대표는 한때 잘나가는 농산물직판장 대표였지만 IMF 외환위기가 본격화된 1998년 운영하던 업체를 돌연 정리한 뒤 울릉도에 귀농·촌 했다. 울릉도에 틀을 잡기 전 1999년 초 한반도산삼마을영농
영덕군 지품면 오천리에는 4대를 이어온 옹기 집안이 있다. 2003년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25-나호 영덕옹기장에 지정된 백광훈(67)씨가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주인공이다. 술독·고추장 옹기·된장 옹기·간장 옹기·김장용 옹기·효소를 발효시키는 옹기 등 그의 손으로 만들어진 옹기는 사람들의 생활공간에서 더 빛난다. 묵묵히 그 역할을 다하는 옹기에는 대를 이어 옹기를 빚어온 50년 외길 인생. 장인의 뚝심이 담겨있다. △ 14살 때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옹기장이’. 14살 되던 해 옹기를 배우기 시작한 백광훈 씨는 증조부 때부터
“사람들에게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 먹는 즐거움과 함께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40여 년째 김치 관련 공부를 하며 명인에 도전하고 있는 조정숙(62) 보현자연수련원장. 그를 만나기 위해 영천 시내에서 자양면으로 20여 분 달리다 보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산허리를 옆에 끼고 굽이굽이 도는 영천댐 넓은 호수의 경관이 펼쳐진다. 보현산 자락 아래 정겨운 농촌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조용하고 한적한 농촌을 10여 분 더 달리면 전형적인 산골마을 새소리가 지저귀는 청정지역 자양면 보현리에 보현자연수련원을 마주하게 된다
선하디 선한 얼굴이 인상적인 그는 ‘개’ 밖에 모르는 것 같았다. ‘개’ 이야기를 하는 그의 눈망울에 가득한 설렘 때문이다. 정성스럽게 다듬은 털이 유난히 돋보이는 개 한 마리를 품고 있더니 ‘쇼’까지 했다. 반려견이 북적이는 경북 칠곡군 석적읍의 애견유치원에서 만난 그는 ‘핸들러’, ‘브리더’라는 낯선 직업을 이야기했다. ‘아이즈 오브 엔젤’이라는 이름의 셔틀랜드 쉽독 전문 견사를 운영하는 브리더에다 전견종(올브리드) 핸들러라는 직함을 가진 정대엽(43) 한국애견연맹(KKF) 핸들러다. 쉽게 말하면 ‘개 아빠’다. 훈련실장으로 있
경상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23호인 이자성(72) 한지장은 청송군 파천면 송강리에서 7대째 전통 한지를 생산하고 있다. ‘청송 전통 한지’라고 쓰인 나무 명판이 커다랗게 내 걸린 건물 앞 마당엔 금방 잘라낸 닥나무 가지가 줄을 지어 켜켜이 누워 있다. 이 장인이 직접 재배한 참 닥나무를 베어내 말리는 작업 중이다. 이 장인은 직접 재배한 참 닥나무를 낫으로 일일이 베는 작업으로 한지 만드는 일을 시작한다. 참 닥나무 중에서도 1년생 미만으로 몸체에 생채기가 없는 것들이 섬유가 여리고 부드러워 품질 좋은 한지를 만들 수 있다. 참 닥나
유구한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유서 깊은 고장 안동. 이곳에서 100년째 옛 종갓집에서 만들던 손맛 그대로의 방식으로 장을 담그는 장인기업이 있다.장류로는 최초로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51호로 지정된 최명희(69·여) 명인이 이룬 안동제비원 전통식품이다.손맛 맵기로 소문난 안동 김씨 계공랑파 종부인 시어머니 밑에서 집안 가풍과 매운 손맛을 전수 받은 최 명인은 지금도 옛 방식과 토속 재료만을 고집한다. 이러한 고집과 열정은 제비원전통식품을 연 매출 50억 원 규모의 중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대한민국 명가명품 4년 연속 대상, 식품기술대상,
직설적이며 거침없다. 전공 분야는 물론 다양한 사람 사는 이야기가 이어졌다.경험한 일에 대해서는 말이 빨라졌다. 그러면서도 공개하기 힘든 이야기는 선을 그었다.무엇이든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 인터뷰 동안 드러났다.이수화(53·여)수화플로리스트 컴퍼니 대표를 지난 4일 대구시 중구에 위치한 자신의 작업실 겸 매장에서 만났다.이 대표는 지난 2017년 화훼디자인분야에서 처음으로 달구벌 명인에 선정됐다. 또한 대구플로마스터 1호이며 자신의 본업은 물론 후학 양성을 위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작업실에 들어가자 벽 한편에 수많
“화살은 명중률이 생명입니다. 그 핵심은 굽은데 없이 곧게 만들고 이를 오래 유지 하는데 있어요.”우리나라는 활을 다루는 능력이 뛰어난 민족이다.우리 민족을 일컫는 동이(東夷)족이라는 명칭도, ‘활을 들고 있는 이’를 뜻한다고 알려지며 활을 잘 다루는 민족임을 알 수 있다.멀리 고구려를 세운 고주몽에서부터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 가까이는 올림픽을 휩쓰는 양궁까지….선천적으로 활과 밀접한 ‘DNA’에 새겨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듯하다.지금도 전국 400여 곳의 궁도장에서 10만여 국궁 동호인 궁사들이 과녁을 정조준하고 있다.포
“싸리나무는 단단하고 무게감이 있어 던지는 느낌부터 다르며, 부딪치는 소리가 맑아 게임의 흥을 돋웁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싸리나무를 제작해 생산하는 전통 윷 제작의 대가인 한국 윷 전통제작소 소장인 영양군 일월면 도계리 조교영(73) 명인.16.5㎡(5평) 남짓 사무실에는 옛 고서적들로 쌓여 있었으며, 벽 한쪽에는 자신이 지난 2001년 특허청으로부터 받은 특허증이 걸려 있었다. 사무실에서 처음 만나 조 소장은 새까맣게 탄 그 얼굴만으로도 자신의 삶처럼 참 단단하고 곧은 싸리나무와 많은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30여 년이 넘
예부터 장맛은 집마다 다르다고 전해진다.그만큼 된장 만드는 법은 많이 알려졌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는 어렵다.그런 가운데 구미시 고아읍에 있는 백야농원 김정훈(64)·이갑자(60) 씨 부부가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는 장맛의 표준화를 선도하고 있다.김정훈·이갑자씨 부부는 일선 김씨 농암파 문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장 담그는 비법을 배워 생 청국장. 전통 된장, 말린 통 청국장 등 7가지 제품을 저염식으로 제조해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탄탄한 소기업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
성주군 성주읍에 자리 잡은 성주문화원을 찾는 이들이라면 그 입구에서 은은히 풍겨오는 묵향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된다. 바로 성주문화원 1층에 자리 잡은 서실에서 전해 오는 서예가 경당 박기열의 인향(人香)이다. 서예를 하는 사람들이 금과옥조로 여겨 마음에 새기는 경구 가운데 ‘서여기인(書如其人)’이란 말이 있다. ‘글씨는 곧 그 사람과 같다’는 것이니 이것은 서예를 단순히 아름다운 글씨를 쓰기 위한 기술이나 기교로 생각하는 것을 경계하고 우선 스스로 인격함양에 힘써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성주문화원 2층의 사무실을 찾는 이들이라면 ‘
“군대를 다녀오니 교편을 잡고 계시던 큰형님께서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지으라고 권유하셨습니다. 의성군 봉양면이 고향인 저는 아직 결혼 전이었지만 그 뜻을 따라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평생을 한길만 걸어온 명인의 말투는 고즈넉한 들판처럼 순박하고 담백했으나, 그의 이력은 그 이면에 담긴 성실하고 에너지 넘친 삶을 고스란히 말해주었다. 이진우(71) 마늘 명인은 50여 년의 영농경력을 가진 그야말로 베테랑 농업인이다. 2014년 농진청으로부터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 명인’으로 선정된 명인은 2008년 ‘의성 마늘 명인’ 인증과 2011년
“처음 미용사로 일할 때 동물원 원숭이 보듯 저를 봤어요. 인사를 하면 ‘엄마야’하고 도망치기도 했죠”(사)대한이용사회 국가대표로 발탁돼 10여 년 동안 각종 세계무대를 휩쓸었던 권기형(58·미용) 대구시 달구벌명인이 미용사로 첫발을 내디뎠던 순간을 전했다. 한때 미용사 국가대표 선수·지도자로서 세계로부터 화려한 조명을 받았고 현재 후학양성과 ‘헤어아트’(머리카락으로 만든 작품) 예술인으로 미용업계에 한 획을 그어나가고 있지만, 첫 시작은 동네 사람들의 구경거리에 불과했다는 것이다.1987년 7월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한 권 명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