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814명 중 728명 사직서 제출…대부분 근무지 이탈
중중환자 위주로 수술…수술실 가동률 절반 수준
집단행동 장기화할 경우 의료 현장 대란 불가피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뒤 집단행동에 돌입한 20일 오전 계명대 동산병원 입원 수속실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 등 6개 수련병원 전공의 814명 가운데 89.4%인 728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등 생명과 직결된 곳에서 근무하던 전공의들이 떠나면서 수술 지연 등 의료 현장 곳곳에서 심각한 혼란이 우려된다. 특히, 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의료 현장은 대란이 올 수밖에 없다.

경북일보가 6개 수련병원에 확인한 결과, 레지던트 147명과 인턴 46명이 근무하는 경북대병원 본원은 레지던트 138명과 인턴 41명 등 179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체 전공의 193명의 92.7%에 달한다. 레지던트 59명과 인턴 28명 등 87명이 근무하는 칠곡경북대병원도 레지던트 53명과 인턴 28명 등 81명이 사직서를 낸 상태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오늘 보건복지부에서 현장점검을 나와서 사직서를 제출한 근무지 이탈 여부와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불응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는데, 사직서를 낸 일부 전공의는 병원에서 대기하는 사례도 있다”면서 “당분간 중증환자 위주로 수술을 해야 해서 수술실 가동률은 절반 정도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 161명(레지던트 119명, 인턴 42명)의 영남대병원도 레지던트 119명과 인턴 42명 등 129명이 사직서를 냈고, 계명대 동산병원도 182명(레지던트 135명, 인턴 47명)의 96.2%인 175명이 사직서를 냈다. 대구가톨릭대병원도 전공의 122명(레지던트 99명, 인턴 23명)의 88.5%인 108명(레지던트 86명, 인턴 22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대구파티마병원도 69명(레지던트 51명, 인턴 18명) 가운데 56명(레지던트 43명, 인턴 13명)이 사직서를 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관계자는 “응급의학과 교수 2명이 12시간씩 교대로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고, 수술실은 60% 정도의 가동률로 축소했으나 암이나 중증질환 환자에 대한 수술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9일 오후 11시 기준 전체 전공의 1만3000명 중 95%가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 대해 점검을 벌인 결과, 소속 전공의의 55% 수준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20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각 수련병원은 이들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았다. 사직서 제출자의 25%인 1630명은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 소속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복지부가 10개 수련병원을 현장에서 점검한 결과 1091명이 사직서를 냈고, 이 가운데 737명이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728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한 29명을 포함하면 757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발령됐다. 기존에 이미 명령을 내린 103명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총 831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발령됐다. 복지부는 20일 50개 병원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실시해 장기간 근무지에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전공의에게는 다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는 경우 면허 정지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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