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민주, 현역 비례의원 제명
위성정당 '의원 꿔주기' 구태 답습
학계 "정당 공천 비례대표제 폐지…국민이 직접 뽑는 방식 검토해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30여 일 앞둔 지난 13일 오후 대구 동구 장애인 지역 공동체에서 장애인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모의 투표체험을 실시한 가운데 발달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특수형 기표용구(레일 버튼형)를 유권자들이 직접 체험해 보고 있다. 정훈진 기자 jhj131@kyongbuk.com

제22대 국회를 구성할 4·10 총선을 앞두고 정당정치는 퇴행적이라는 평가가 높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등 거대 양 정당의 공천에 있어서 민주성에 퇴보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특히 국회 46개 의석을 차지하는 비례대표 의석을 두고 양당이 벌이는 막전 막후 게임은 가히 금배지 쟁탈전이다. 국회의원 46석을 쟁취하기 위한 적나라한 막장의 추한 모습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충분했다.

우선 제1당이자 국회 과반수 정당인 민주당은 1년 전에 비례제를 결정지워야한다는 요구를 외면하고 지난 1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느냐 혹은 병립형으로 퇴행하느냐’ 갈림길에 서 있을 때 이재명 당 대표가 선거를 코앞에 두고 연동형으로 막판에 발표하고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물론 국민의힘은 연동형일 경우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앞서 공언하며 병립형을 요구했다. 서로 눈치만 보다가 선거 직전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해치웠다.

민주당의 연동제 선택은 이번 총선을 위한 일시적 야권 전선 형성뿐만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향후 정국 운영 전략이 담겨 있다는 게 정가 안팎의 분석이다. 큰 틀에서 반윤(反윤석열 대통령) 전선은 물론 심상정의 녹색정의당을 견제하고 자신의 당권 및 대권 후보가 되는 길에 장애가 되는 비이재명, 친문계를 제거하는가 하면 진보정당의 한 축인 진보당을 향후 대선정국에서 친이재명의 우군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 제도로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35명을, 더민이 주도하는 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은 30명의 후보를 등록했다. 뒤이어 조국혁신당이 25명, 녹색정의당은 14명, 개혁신당은 10명, 새로운미래는 11명의 후보를 등록했다.

22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들의 자질에 대한 논란도 역대급이다. 비례대표 후보와 순번을 두고 너나 할 것 없이 추태를 벌였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2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이 선고됐지만 비례대표 2번, 황운하 의원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8번, 차규근 전 출입국관리본부장은 불법 출국금지 관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도 10번에 배치됐다. 당선되더라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더불어민주연합은 국가 정체성 논란의 인사들이 당선권에 배치됐다. 5번 정혜경, 15번 손솔 후보는 이 나라의 판을 흔들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했다. 비례대표 후보 중에는 재산이 가장 많은 481억5848만6000원을 신고한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도 있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도 마찬가지다. 이철규 공관위원장이 당직자 출신 홀대 등 한동훈 사천 문제를 제기하자 비리로 5급 사무관으로 강등됐던 17번 이시우 전 서기관 공천이 취소됐다. 이 바람에 당선권 밖인 23번 이달희 후보가 밤사이에 당선권 17번이 됐다.

국민 상식을 뒤엎는 의원 꿔주기라는 기상천외의 수법도 나타난다. 민주당은 더불어민주연합에 보낼 비례대표 의원 6명을 제명했고, 국민의힘도 국민의미래에 파견할 소속 의원 8명을 제명했다. 보통 상식으로는 해당 행위자가 제명되는데 양당이 상식을 초월한다. 의원이 많아야 앞번호를 차지하는 총선 기호 때문이다.

한때 전국구라 불린 비례대표는 지역구에서 국회에 진출하기 어려운 여러 직능 대표나 사회적 약자 등 다양한 분야를 대변할 의원들을 선출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한국정치학회장 출신 김영래 전 동덕여대 총장은 “비례대표제가 정치 경험이 없는 전문가를 발탁하고, 배려가 필요한 소수의 다양한 국민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지역구 후보자와 지지 정당에 각각 기표하는 정당명부식 ‘1인 2표제’를 2004년 총선 이래 도입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국민들도 비례대표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례대표제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27.1%나 나왔다.

녹색정의당은 지난 12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 등록에 대해 ‘식민정당’이라면서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 헌법 질서에 반하는 행태”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양당이 심각하고 몰염치한 방식으로 위성정당을 추진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당명이 “정당법상 규정돼 있는 유사 명칭 금지 조항을 위반한 불법 정당”이라고 주장했다.

위성정당을 법으로 막지 못하고 각 당의 양심에 의존해야 한다면 비례대표를 차라리 폐지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다수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학계에서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양승태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대안의 하나로 현행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되, 국민이 직접 지역대표 방식으로 46명의 의원을 뽑는 방식도 검토하자”고 했다. 전국 시군 기초자치단체별로 1명씩 뽑아 전국대회를 열어 토론을 거쳐 다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선출하자는 것이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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