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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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에는
내가 이 세상 앞에서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어느 한 사람에게
세상 전부가 될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

[감상] 경우(境遇)와 비슷한 말은 때, 처지, 형편, 사정, 도리가 있다. ‘경우가 아니다’, ‘이것과 저것은 경우가 다르다’처럼 쓰인다. 1연의 ‘경우’와 2연의 ‘경우’, 3연의 ‘경우’는 무엇이 다를까? 시인은 저 시를 시장통에서 주웠다며, 거의 매일 지나다니는 골목의 입간판에 쓰여 있는 글귀를 2연까지는 그대로 옮기고 마지막 연을 추가했다고 한다. “내가 어느 한 사람에게 세상 전부가 될 때”-그것은 절대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때 비로소-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 된다.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자존감’을 갖게 된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온전한 내 편만 있으면 살아지는 게 인생이라. 내가 네 편 해줄 테니 너는 네 원대로 살라” 영화 <계춘할망>에서 계춘할망(윤여정)은 혜지(김고은)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약속한다. 계춘할망은 혜지의 ‘세상 전부’가 되었고, 혜지는 어둠이 아닌 빛을 그리게 된다. 이런 경우를 두고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라고 하는 걸까.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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