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4600개 레시피 담긴 초대형 요리 '고전'
한국 독자 고려해 미국식 도량형 등 변환

조이오브쿠킹 입체북
가정 요리사들의 영원한 동반자가 되어줄 단 한 권의 책,‘조이 오브 쿠킹’은 가정 요리 분야의 고전이자 전설에 가까운 책으로 불린다.

1931년 이르마 롬바우어(Irma S. Rombauer)가 ‘조이 오브 쿠킹’의 초판 3000부를 자비로 출판한 이후 거의 10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책은 미국 가정의 주방에서 바이블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전 세계 2000만 부 이상 판매되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요리책으로 손꼽히며, 미국 가정의 주방에 깊이 스며들어 할머니가 어머니에게, 어머니가 다시 자녀들에게 손때 묻은 이 책을 대대로 물려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래된 역사만큼 ‘조이 오브 쿠킹’이 가정 요리 분야에 끼친 영향력도 대단하다.

이 책의 원작자인 이르마 롬바우어는 줄리아 차일드, 마르첼라 하잔 등과 더불어 미국에 수준 높은 요리를 알리고 대중화하는 데 앞장섰던 요리책 저술가의 ‘원조’ 격에 해당한다. 1931년 초판 출간 이후 지금까지 총 아홉 번째 개정판이 출간되었고, 원작자 이르마 롬바우어의 작업은 그의 딸 매리언 롬바우어 베커가 물려받은 이후, 매리언의 아들 이선 베커를 거쳐 지금은 4대째에 해당하는 존 베커와 그의 아내 메건 스콧이 개정판 출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 손으로 들기조차 어려운 크기와 무게만으로도 압도하는 ‘조이 오브 쿠킹’은 기존에 수록된 4000개 이상의 인기 레시피를 수정 및 보완하고 여기에 600개 이상의 새로운 레시피를 추가해 전체 4600개 이상의 레시피를 담은 초대형 요리책으로 탄생했다. ‘실버 스푼’, ‘프랑스 쿡북’, ‘소금 지방 산 열’등 양질의 해외 요리책을 한국어판으로 꾸준히 소개해온 요리책 출판의 명가 세미콜론이 이번에도 원서의 품격을 고스란히 간직한 만듦새로 ‘조이 오브 쿠킹’의 한국어판을 국내에 선보인다.

한국어판은 원서의 내용과 정통성을 유지하되 한국 독자의 편의를 고려해 외적으로는 판형을 더 크게 제작했으며, 내적으로는 미국식 도량형을 미터법 단위로 변환하고 모든 레시피 제목과 용어의 번역에서 한국 독자들에게 좀 더 직관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조이 오브 쿠킹’에서 다루는 요리의 영역은 그야말로 방대하다. 미국 가정에서 또는 외식업계에서 자주 접하는 요리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대표적인 요리를 두루 다루고 있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 요리를 비롯한 서양 요리의 전통을 자세히 소개한다. 또한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멕시코 요리를 상당수 소개하는 동시에 한국, 중국, 일본 및 동남아시아 요리와 중동 지방의 요리에도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코스 요리의 순서에 따라 살펴보면, 이 책에서는 음료부터 시작해 전채 요리와 오르되브르, 수프, 주요리, 디저트에 이르는 항목까지 모두 다루고 있다. 또한 음식의 재료로 구분해보면 채소와 과일, 달걀, 곡물, 갑각류와 생선, 가금류와 육류, 사냥감과 야생동물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섭취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재료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빵과 케이크, 파이, 페이스트리 등 베이킹 카테고리에 속하는 다채로운 요리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사탕과 아이스크림, 소스와 양념, 잼과 프리저브, 피클과 병조림 등 단독으로 즐기거나 요리의 조연으로 활약하는 다양한 항목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다룬다.

이 책에서는 이르마 롬바우어가 1930년대 중반에 고안한 ‘작업별 기술 방법’에 따라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이는 재료 소개와 요리 설명을 결합해 자연스럽게 레시피를 따라 조리할 수 있도록 구성한 방식이다. 요리 과정에 대한 설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따라가는 형태로 기술했으며 독자는 요리 설명과 재료 목록 사이를 왔다 갔다 할 필요 없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상당한 두께와 글자로 가득한 빽빽한 지면 때문에 언뜻 복잡한 책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책의 명쾌한 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각 장과 항목의 주제 및 재료에 대한 깊이 있는 배경 설명을 제시한 후, 이어서 해당 재료를 활용한 대표 요리의 레시피와 응용 레시피를 실었다. 각 레시피의 설명에서 필수가

아닌 취향에 따라 추가하는 선택 재료는 괄호( )에 넣어 표시하고, 화살표(▶)와 함께 제시한 내용은 ‘실패하지 않는 요령’을 나타내며, 고지대에서 조리할 경우에 참고할

수 있도록 기호(▲)를 붙여 구분했다.

또한 책의 곳곳에 삽입되어 있는 400컷에 달하는 도판은 사진보다 더 정교하고 명료해 독자의 직관적인 이해를 돕는다. 한국에서 다소 생소한 개념이나 재료가 등장할 때마다 200여 개의 옮긴이 주가 바로 연결되어 있어 따로 찾아보는 번거로움을 최소화했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역자의 해박한 지식과 섬세한 배려가 더욱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챕터가 바뀔 때마다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하고 아름다운 페이퍼 커팅 아트를 감상하는 재미는 덤이다.

‘조이 오브 쿠킹’은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해서 전통적인 내용만을 고수하지 않는다.

원작자 이르마 롬바우어의 증손자인 존 베커와 그의 아내 메건 스콧은 ‘조이 오브 쿠킹’의 최신 개정판을 능력이 닿는 한 최고의 결과물로 만들기 위해 전력투구했음을 발간사에서 밝히고 있다. 이들은 2010년부터 ‘조이 오브 쿠킹’의 개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해 이전 개정판들을 면밀히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수천여 개의 레시피 테스트를 포함해 레시피의 ‘계보’ 연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문서의 정리 및 검토, 오랜 애독자들과의 소통 등을 통해 기존 책의 앞표지부터 뒤표지에 이르기까지 속속들이 파악하는 선행 작업을 거쳤다. 그런 다음 과거 개정판들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접근 방법을 세우고 요리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작업을 시도했다. 그리하여 9년 이상 걸린 레시피 테스트 및 5년에 걸친 구상, 연구, 집필로 이번 개정판이 탄생하게 됐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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